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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보기 연구소] 전쟁 직후 ‘네 동강’ 베를린은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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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바로 보기 | 8부작 | 18세 이상
역사는 승자만 기억한다. 패자들의 삶은 지워지기 마련이다. 패자의 모습은 덜 알려진 만큼 흥미를 자극한다. 단 비참한 삶을 목도할 각오가 필요하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의 모습은 어땠을까.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며 다시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기적 이전 독일의 면모를 들여다본 영화나 드라마는 드물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디피티드: 패자들의 도시’는 전쟁 직후인 1946년 베를린 한복판으로 시청자들을 데려간다.
베를린은 승전국에 의해 4등분됐다. 미국과 영국, 소련, 프랑스가 구역을 나눠 지배하고 있다. 구역 사이 이동을 위해선 통행증이 필요하다. 경찰 조직이 급조됐는데, 여성들 위주다. 경찰 경력이 없어 사건을 어떻게 수사해야 할지, 경찰 조직을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 할지 모른다. 빠른 치안 확립을 위한 교육이 절실하다. 뉴욕 형사 맥스(테일러 키쉬)가 베를린을 찾은 이유다.
베를린은 아수라장이다. 주민 대다수가 배를 주리며 사는 가운데 살인과 강간이 일상화돼 있다. 승전국 병사들의 만행은 예사다. 신고된 강간 사건만 10만 건. 미국 구역 경찰서장 엘지(니나 호스)는 강력 사건들을 처리하려 애쓰나 현실은 험난하다. 총기는 허가되지 않아 무기라고는 탁자 다리 정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맥스의 도움을 받으려 하는데 미 사병 2명이 시체로 발견된다.
미 사병 2명을 살해한 이는 강간 피해자로 여겨진다. 강간 피해자 배후에는 ‘앤젤 메이커’라는 인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맥스와 엘지는 사건을 추적하는데, 또 다른 사건들이 이어진다.
맥스가 베를린을 찾은 속내는 따로 있다. 탈영한 미군인 형 모리츠(로건 마셜-그린)를 찾기 위해서다. 모리츠는 입대 전부터 정신병 증세를 보였다. 맥스는 형의 뒤를 쫓는데, 형이 가는 곳마다 나치의 피비린내가 가득하다.
드라마의 또 다른 큰 줄기는 미군 내 기이한 움직임이다. 누군가 독일 예술품을 받는 대가로 나치 요인들을 탈출시키고 있다. 미국 부영사 톰(마이클 홀)은 맥스에게 비밀리에 뒤를 캐보라고 지시한다. 맥스가 베를린에서 믿을 만한 사람은 엘지 정도. 하지만 러시아 고위 장교는 엘지를 끄나풀로 맥스의 임무를 알아내려 한다. 곳곳에 음모가 도사려 있고, 해결책은 주로 폭력이다. 맥스는 지뢰밭 같은 베를린 한복판에서 여러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쟁 뒤 패자들은 지옥을 경험한다. 유대인을 학살했던 독일인은 고개를 들기 더 어려웠다. 전후 그들의 고통을 눈 여겨 보거나 하소연에 귀 기울이는 이는 적었다. 전 세계에서 악으로 여겨지던 나치는 패퇴했으나 베를린에 악은 여전히 존재한다. 새로운 악, 앤젤 메이커는 혼돈 속에서 생존 방식을 찾아내고 사람들을 조종해 이익을 얻어내려 한다.
불우한 여인들은 다급한 사정으로 앤젤 메이커에 포섭된다. 처음엔 선의에 감복해 앤젤 메이커의 악랄한 지시에 따르고, 이후엔 살아남기 위해 무자비한 일들을 자행한다. 전쟁으로 무너진 도시, 패자들이 몰려 있는 곳에선 어쩌면 당연한 듯 일어날 일들이다.
소재가 흥미롭다. 자극적이기도 하다. 음모에 음모가 겹치고 사건에 사건이 포개진다. 고어 영화처럼 피가 흥건한 장면이 이어진다. 맥스가 사건 추적으로 바쁜 와중에 사랑까지 끼어든다. 몇 개 사건이 동시다발로 펼쳐지니 집중하기는 어렵다. 맥스와 모리츠 형제의 불우한 사건까지 다뤄 플롯은 좀 산만하다. 맥스가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이 궁금해 중간에 그만 두기는 쉽지 않다. 전쟁 직후 베를린을 그려낸 영상미도 수준급(촬영은 체코 프라하 일대에서 이뤄졌다). 이것저것 하는 틈 사이 듬성듬성 보며 ‘완주’하게 될 드라마다. 로튼토마토 관객 신선도 지수는 7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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