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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블랙박스] 간절한 마음과 간결한 패스가 불러온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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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싸웠다. 경기장에서 뛴 선수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 승리는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 벤치에 앉아 있던 코칭스태프, 대한축구협회, 대표팀을 응원한 팬들의 간절한 마음이 모여 이뤄낸 쾌거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실 초반에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전반 5분 만에 실점을 했다. 김민재의 공백 때문에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김민재 대신 투입된 권경원과 주전 센터백인 김영권의 호흡이 맞아가면서 추가 실점 없이 상대 공격을 잘 막아냈다. 미드필더 정우영과 황인범의 활동량도 칭찬해주고 싶다. 이날 승리의 보이지 않는 공신들이다.
동점골의 시발점이 된 코너킥 상황에서 한국 선수들의 집중력이 포르투갈 선수들보다 좋았다. 포르투갈은 이미 2승을 챙겼고 선제골까지 넣은 상태이다 보니 다소 느슨해진 모습이었다. 이 틈을 우리 선수들이 잘 파고들었다. 상대 선수의 몸을 맞고 흐른 공을 김영권이 높은 집중력으로 골로 연결시켰다. 이때부터 좋은 경기가 펼쳐질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후반 선수 교체와 역할 변화도 훌륭했다. 황희찬 투입에 이어 황의조가 정우영 자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강인과 김영권이 빠졌다. 공격에 무게를 둔 교체였다.
가장 결정적인 승리의 요인은 역습 상황에서 2, 3번의 간결한 패스로 상대 골문을 위협한 점이다. 마지막 결승골 역시 상대 코너킥 상황 이후 공을 잡은 손흥민이 황희찬에게 연결한, 간결한 패스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16강에서 필요한 장면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상대가 양쪽 측면에서 오픈 패스를 했을 때 빈 공간이 생긴다는 걸 좀 더 빨리 잡아냈어야 했다. 상대의 오픈 킥 상황에서 우리 풀백들은 간격 유지를 위해 수비 지역으로 좁혀 들어가 있었는데, 공간이 많이 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이드 쪽으로 빨리 압박을 했다면 좀 더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줄 수 있었다.
또 후반 시작하자마자 바로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했으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뒤로 물러나면서 상대에게 많은 찬스를 주는 등 상당히 힘든 경기를 해야 했다. 16강부터 만나는 팀들은 매 경기를 결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술과 정신력 면에서 모두 잘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 상대는 브라질이다. 당연히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이 지금까지 보여준 전방 압박을 펼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기술이 좋은 브라질을 상대로 전방 압박을 나가면 뒷공간이 헐거워지고 곧바로 실점 위기를 맞는다. 지난 6월 평가전에서 비슷한 상황이 많이 연출됐다. 그렇다고 마냥 뒤로 물러날 수만도 없는 일이다. 어느 정도 선에서 압박을 들어가고 협력수비를 할 것인가를 감독과 선수가 판단해야 한다. 최근 브라질과 경기를 했던 경험이 있으니 상대에 맞춰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
상대는 말 그대로 세계 최강이다. 이제부터는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면 좋겠다. 그렇다면 또 한 번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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