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한국은행(1.7%)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1.8%)보다도 낮은 1.6%로 추정했다. 통상 국내외 기관 전망보다 높은 전망치를 내면서 ‘기대와 희망’을 제시했던 것과 달리, 보수적 추정으로 위기극복의 ‘전의와 각오’를 촉구하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21일 발표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은 이런 관점을 반영해 경제활성화와 위기관리, 장기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과 혁신에 방점을 뒀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어두운 경제전망을 공식화한 배경은 대내외 경제 복합위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내년 세계 성장률은 코로나19 위기 때를 제외하곤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2.2%(OECD)로 전망됐다. 여기에 중국 성장 둔화, 신흥국 부채 위험,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악재도 즐비하다. 국내적으론 금리인상 등에 따른 전반적 경기둔화에 더해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인한 수출과 투자 약화까지 겹치게 된 상황이다.
정부의 최우선 정책 해법은 민간 중심 경제활성화 방안이다. 금융·재정 등을 통한 수출기업 자금지원 확대와 반도체·원전 등 5대 전략분야 수출 진흥책이 강구됐다. 소비 회복세 기대가 어려운 상황이라 투자 촉진책에도 힘을 줬다. 법인세 인하와 별도로, 내년도 투자증가분에 대한 공제율을 10%로 높였다. 상반기 공공기관 투자를 55조 원까지 늘리고, 역대 최대 규모인 50조 원의 시설투자 자금을 민간에 지원키로 했다.
위기관리책으론 부채·금융위기에 대비해 채권·외환시장 안정과, 개인·기업의 한계차주 관리 및 지원체계를 강화키로 했다. 특히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종부세 양도세에 이어, 취득세 중과 완화 등 ‘다주택 규제 3종 세트’ 완화를 천명했다. 다만 다주택자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폐지했던 아파트 민간임대사업 등록제까지 재개키로 한 건 자칫 어렵사리 구축한 부동산 불로소득 규제 원칙까지 흔드는 것은 아닌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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