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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이별하고 재회하고… 가슴 시린 그들의 ‘청춘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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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최대 장애는 무엇일까. 교제를 완강히 반대하는 부모일까. 두 사람의 신분 차이일까. 국적이나 민족이 걸림돌이 되는 걸까. 고전적인 서사에서 곧잘 소환됐던 사랑의 장애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혹시 사랑을 가로막는 건 사랑 그 자체가 아닐까. 아일랜드 드라마 ‘노멀 피플’은 사랑하나 사랑에 힘겨워하는 두 남녀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색한다.
아일랜드 도시 슬라이고에 사는 코널(폴 메스칼)과 매리앤(데이지 에드거 존스)은 같은 고교 동급생이다. 우등생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둘은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 코널은 주변인들과 관계가 원만한 반면 매리앤은 냉소적인 외톨이다. 코널의 집안은 가난하나 매리앤의 가족은 대대로 부유하다. 코널의 어머니는 매리앤 집 가사 도우미로 일한다. 접점이 없을 듯한 두 사람은 스치듯 만나며 서로에 대해 연정을 품는다.
코널과 매리앤은 고교 졸업을 앞두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공개 연애는 하지 못한다. 외톨이인 매리앤과 사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코널이 따돌림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서다. 한계를 정해놓은 사랑이 지속될 리 없다.
코널과 매리앤은 대학 입학 후 재회한다. 이별과 재결합이 반복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서로에게 서운한 점이 있거나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에 질투해서다. 또는 오해하거나 자존심을 내세우다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한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서로를 향한 엇갈린 애정이다. 그 애정의 자장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온전히 외면하지 못한다. 나고 자란 환경이 달랐던 점, 빈자와 부자라는 계층 차이가 애정전선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다.
코널과 매리앤의 사랑은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가는 과정이다. 둘의 몸은 성인이 된 지 오래지만 마음은 치기로 가득하다. 쉽게 상처 주고 상처 받는다. 드라마는 사랑에 상처 받은 둘의 마음에 굳은살이 박이는 모습을 그려낸다. 두 사람이 사랑하면서도 집착하지 않게 되는 결말부는 인상적이다. 그렇게 ‘노멀 피플’은 당사자에게는 특별한, 보편적으로는 평범한 사랑을 비범하게 전한다.
특별하다 할 수 없는 이 성장과 사랑의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만듦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심리를 표현해내는 연출력이 탁월하다. 탈의하거나 착의하는 모습, 신발을 신고 벗는 모습, 잠자리를 함께 할 때의 세세한 몸동작 등 일상적인 장면만으로 감정의 진폭을 담아낸다. 매리앤의 성장을 방해하는 폭력적인 집안 내력, 코널 인생의 최대 난관인 경제력이 각자의 마음에 끼치는 영향을 포착해내는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진부한 묘사력으로 사랑 타령만 하지 않는 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전 세계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린, 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의 동명 소설을 바탕 삼아 만들어졌다. 신체 노출이 잦고 수위가 높다. 선정적이라 할 수 없으나 시청 때 유념해야 할 점이다. 두 주인공을 연기한 폴 메스칼과 데이지 에드거 존스의 연기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설렘과 낙담, 슬픔,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얼굴에 그려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두 사람의 연기를 오래 자주 볼 듯한 예감이 든다. 이제 27세인 메스칼은 영화 ‘애프터썬’으로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1%, 시청자 92%
***한국일보 권장 지수: ★★★★☆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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