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세계 최초의 수소발전 입찰
미국·EU도 수소발전이 대세
시급한 청정수소 발전 지원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세계 최초로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설된다. 우선 일반수소를 활용하는 연료전지 발전량에 대한 입찰이 진행된다. 사업자는 2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전기를 생산한다. 내년부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일반수소와 차별화되는 청정수소에 대한 발전시장도 개설된다.
내년에 낙찰된 청정수소 발전량은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공급을 시작한다. 청정수소란 온실가스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를 의미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생산된 그린수소, 화석연료를 활용하되 온실가스를 포집하여 땅속에 저장하거나 탄소를 고형화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블루수소, 원자력발전으로 만들어진 핑크수소가 대표적인 청정수소다.
청정수소는 크게 연료전지 및 연소(燃燒)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첫째, 현재 연료전지에 주로 활용되고 있는 일반수소는 조만간 청정수소로 대체될 것이다. 특히 청정수소 활용 연료전지는 소음이 없으며 발전량 대비 소요면적이 작아 도심에도 설치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게다가 태양광 및 풍력의 변동성에 대응하여 발전량을 조절하기에도 용이하다.
둘째,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청정수소를 대량으로 혼소(混燒)하거나 전소(全燒)하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화임팩트 및 한국서부발전은 국내 기술로 수소 50% 이상의 혼소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20일 충남 대산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도 열릴 것이다. 몇 년 이내에 수소 전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연소를 통한 전기 생산에 청정수소의 활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래야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전기를 24시간 1주일 내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제정하여 청정수소 생산 및 활용에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유럽도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해 역내에서의 청정수소 생산 및 활용 인프라 확대를 위한 재정지원, 세제지원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청정수소 관련 투자 및 일자리가 미국으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1,400억 유로(약 200조 원) 규모로 청정수소산업을 키울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5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의 시행을 담은 수소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아직까지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시행령, 시행규칙, 세부운영규칙 등을 마련하지 못했다. 청정수소 투자를 위한 신호가 명확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들이 청정수소 사업에 선뜻 투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국 및 유럽처럼 청정수소 생태계를 조기에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청정수소 인센티브 제도 및 인증제를 서둘러 확정해야 한다. 다른 발전원보다 비싼 청정수소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서는,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공적 재원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청정수소 인증 기준을 그린수소가 아닌 블루수소에 맞추고 향후 그린수소가 현실화될 때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린수소 및 핑크수소는 당분간 우리의 대안이 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린수소는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너무 비싸다. 원자력발전소는 건설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핑크수소의 대량 생산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요컨대, 청정수소 발전시장 및 인증제의 미비점을 조속히 보완하여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 및 유럽에 준하는 보조금 지원을 통해 청정수소 생태계를 조기에 만들어 국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 특히 당장 공급 및 활용이 가능한 청정수소인 블루수소에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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