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1985년 서울 목동에서 첫 도입된 집단에너지는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으로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공급하는 방식으로 수도권 대부분 신도시에도 공급되고 있다. 1992년부터 시행된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조에는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절약,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집단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현재 주민 및 지자체 반대로 송전선로 건설이 어려워 일부 발전소는 개점휴업 상태다. 따라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생산 공장 등이 주로 입지하는 수도권 전력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을 제정해 올해 6월부터 시행했다.
분산에너지법 제1조에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 및 분산에너지 확대라는 목적이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 게다가 제46조는 분산에너지사업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편익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집단에너지는 송전탑과 같은 송전선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대표적인 분산에너지다.
현재 집단에너지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관련 법 취지대로 집단에너지를 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위태롭게 하는 4가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열제약 발전의 폐지다.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의 최대 장점은 효율성이다.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여 에너지 수입 및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도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겨울에는 열 공급 의무의 이행 과정에서 생산된 전기를 한전이 전량 구매하는 열제약발전이 시행돼 왔다. 그런데 이것을 없애면 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하고 보일러로 열을 생산·공급해야 한다. 비용이 크게 올라 수익성이 악화되고 열 요금이 오를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도 증가한다. 요컨대,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조에 역행한다.
둘째, 지역별 가격제 도입이다. 한전이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소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도매가격이 대략 ㎾h당 130원인데,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h당 10∼30원만큼 깎겠다는 것이다. 이러면 집단에너지사업은 적자로 전환되거나 적자가 더 악화된다. 분산에너지법 제1조 및 제46조에 역행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셋째, 지역난방 열요금 산정 기준의 개정이다. 현재는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 공급 비용을 기준으로 요금이 산정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천연가스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등 노력을 통해 비용을 낮춘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열 공급 비용을 기준으로 해 열 요금의 하향 평균화를 추진해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비용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원가 절감 유인이 사라져 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 재원이 사라진다.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비싸게 사야만 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적자로 전환되거나 적자가 심화돼 열 공급 안정성이 악화된다. 그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다.
넷째, 신규 집단에너지사업에만 적용되는 용량시장의 개설이다. 일반 천연가스 발전소에는 적용되지 않는 독특한 투자비 회수 구조를 집단에너지 천연가스 발전소에만 적용해 수익성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용량을 낙찰받는다 하더라도 예상되는 적자에 과연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가능하다면 일반 천연가스 발전소 대신 집단에너지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가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 저감 등의 편익을 더 제공한다. 집단에너지를 우대하기는커녕 과도한 규제를 하면 사회적 비용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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