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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얀마 민주정부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 군부의 필연적 종말 다가와”

입력
2024.02.01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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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 1일로 발발 3년>
두와 라시 라 임시정부 수장, 서면 인터뷰
"지난해 소수민족 무장단체 '1027' 총공세
군부, 치명적 타격 입고 최대 위기 봉착해
연방 민주주의 꿈 실현 위해 공동체 결속"


두와 라시 라 미얀마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 대통령 대행이 미얀마 민주화를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NUG 제공

두와 라시 라 미얀마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 대통령 대행이 미얀마 민주화를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NUG 제공

2021년 2월 미얀마를 혼란과 절망 속에 빠뜨린 군부 쿠데타가 1일로 발발 3년을 맞았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옅어진 사이 군부 폭력에 일반 시민들이 무자비하게 희생됐고, 경제도 파탄 나며 민중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군부는 폭압 통치로 위협의 싹을 도려내려 했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민주화 운동 희생자는 4,453명에 이른다. 집을 잃고 떠도는 국내외 실향민도 260만 명이 넘는다. 미얀마는 ‘언제든 죽을 수 있는 곳’이 됐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을 듯했던 싸움 속에서 작은 희망의 싹도 움텄다. 지난해 10월 27일 북동부 샨주(州)에서 시작된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총공세, 이른바 ‘1027 작전’으로 군정은 쿠데타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과 타앙민족해방군, 아라칸군대가 주축이 된 소수민족 반군과 미얀마 민주 진영이 만든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의 의기투합이 군부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기대이 커진 것이다.

NUG를 이끄는 두와 라시 라 대통령 대행은 쿠데타 3년을 앞둔 지난달 23일, 한국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전세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 군정에 필연적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며 승리를 확신했다.


지난해 1월 미얀마 카렌주 미야와디 레이케이코 인근 시민방위군(PDF) 초소에서 부대원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레이케이코(미얀마)=허경주 특파원

지난해 1월 미얀마 카렌주 미야와디 레이케이코 인근 시민방위군(PDF) 초소에서 부대원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레이케이코(미얀마)=허경주 특파원


”치명상 입은 군부, 곧 최후 맞을 것”

라시 라 대행은 인터뷰 시작부터 지난 100일간 저항군의 성과와 빠르게 무너져내리는 군부의 상황을 나열했다. 1027 작전 개시 후 반군 연합이 ①300곳 넘는 군부 기지와 요충지를 빼앗았고 ②정부군 장교와 병사 400여 명이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했으며 ③남은 정부군 병사들의 사기도 눈에 띄게 떨어져 탈영이 잇따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정권은 말기 상태”라며 “영토와 인력, 사기 등 전반적 부분에서 치명상을 입었고, 곧 피할 수 없는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투가 저항군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바뀌었다는 확신이었다.

현 기세를 몰아 공세 수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도 밝혔다. 라시 라 대행은 “(군사정권을 무너뜨릴) 파도는 끊임없이 몰아칠 것이고,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며 “중부 전력을 강화해 수도 네피도까지 위협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5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당시 라시 라 대행은 떨리는 목소리로 “군부가 헬기로 폭탄을 퍼부으며 국민 목숨을 빼앗고 있다. 범죄 단체와 다를 바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저항 세력의 자신감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두와 라시 라 미얀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해 5월 한국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줌 화면 캡처

두와 라시 라 미얀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해 5월 한국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줌 화면 캡처


”연방 민주주의는 미얀마의 북극성”

‘미얀마의 봄’이 현실화할 경우, 승리 주역인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힘을 합치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라시 라 대행은 연방 민주주의를 ‘미얀마의 북극성’이라고 지칭하며 “미얀마의 민족·종교 공동체는 그 어느 때보다 결속돼 있고, 연방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약속은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소수민족이 줄곧 요구해 온 자치권을 보장, 70년간 이어진 뿌리 깊은 민족 갈등을 극복하겠다는 얘기다. 현재는 군부와의 싸움이 진행 중이지만, 언제든 군정이 고꾸라질 수 있는 만큼 새 정부 수립 청사진을 미리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주도 휴전 움직임을 두고는 “믿을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라시 라 대행은 “대화의 문이 닫혀선 안 되지만 군부는 평화에 관심이 없다”며 “정권이 타협을 제안하는 건 시간 벌기 용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물론 임시정부가 미얀마 사태 다음 단계를 논의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일각의 지적도 여전하다. 아직 반군 공세는 소수민족 영향력이 강한 외곽 지역에서만 이뤄지는 데다, 군정 존립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다. 중국 개입도 변수다. 군정 붕괴 시 중국 국경 지대에 혼란이 불가피해 중국이 이를 가만두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 아웅 흘라잉(오른쪽)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지난달 10일 수도 네피도에서 알룬케오 키티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세정보팀 제공

민 아웅 흘라잉(오른쪽)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지난달 10일 수도 네피도에서 알룬케오 키티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세정보팀 제공

영국 싱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반군부 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승리를 더 이어갈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 정권이 붕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미얀마 사태는 전보다 약해졌지만, 여전히 위험한 정권, 더 극심한 폭력, 불확실성이 확대된 새로운 분쟁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미얀마와 연대해 달라”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라시 라 대행은 ‘완전한’ 민주주의를 위해선 국제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또 군정이 수세에 몰릴수록 더욱 야만적으로 변해 민간인을 학살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세계 각국이 군부로 흘러가는 자금과 무기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도 당부했다. 라시 라 대행은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신규 비상임이사국인 만큼 국제사회에 실질적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미얀마가 군부 독재를 끊고 한국처럼 민주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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