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전면 휴진을 선언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에 이어 동네 병원 개원의들까지 휴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원칙 훼손 논란을 감내하면서까지 복귀 전공의에게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의사들은 폭주를 멈출 뜻이 전혀 없는 모습이다.
의협은 어제 오후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18일 전면 휴진과 함께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4~7일 실시한 투표에서 의협의 강경 투쟁을 지지하는 답변이 90%를 넘었고, 집단휴진에 찬성하는 의견이 73.5%에 달했다는 것이다. 투표율도 63.3%로 역대 최고라고 한다.
이번 의정 갈등 사태에서 의협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건 처음이다. 2000년(의약분업) 2014년(원격진료) 2020년(의대증원)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앞선 6일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17일부터 필수 의료를 제외한 집단휴진에 나서겠다며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정부는 지난 4일 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고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병원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탈 전공의 복귀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선처는 없다던 입장에서 후퇴하며 이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조치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어제도 기자회견을 열어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재차 약속했다.
그럼에도 외려 강경한 행보를 보이는 의사들의 행동은 ‘떼쓰기’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전공의들이 애초 내세웠던 7대 요구사항은 의대 증원 백지화 정도를 제외하면 정부가 적극 협상 의지를 밝히고 있는 사안들이다. 거둬들일 수 없는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라고 외치는 건 그냥 협상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게다가 전공의 행정처분을 ‘중단’이 아닌 ‘취소’하라고까지 한다. 행정처분을 취소하면 그동안 내린 조치의 정당성이 없어지고 향후 집단행동까지 용인하게 된다.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주장이다.
의사들이 법을 어겨도 사회가 무조건 용인을 해줘야 하는 특별한 계층은 아니다. 예외적인 대우를 받길 원하면서, 의사에게 부여되는 공공적 책무는 도외시하는 것도 이중적이다. 정말 파국을 원하지 않고서는 이래서는 안 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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