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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전조 있었는데’.. 이틀 전 배터리 화재 자체 종결한 화성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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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근로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리튬)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는 불과 이틀 전 위험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리튬 배터리에서 불이 나 부상자까지 나왔는데, 자체 진압 외에는 별다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에 취약한 배터리 사고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회사가 안일하게 대응해 참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리셀 모 회사 에스코넥 박순관 대표, 아리셀 박중언 본부장 등은 25일 오후 화재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분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지난 22일 오후 아리셀 공장 2동 1층에서 화재가 한 차례 발생한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불은 작업자가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던 중 배터리의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당시 작업자들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해 마무리됐고, 그때 화재 규모나 종류는 이번 화재 원인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또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자체적으로 종결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틀 만인 24일 오전 바로 옆 3동 건물에서 배터리 결함으로 추정되는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사고 전조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로 숨진 여성 근로자의 유족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숨진 딸과 지난주 통화했는데 ‘공장 내부에 불이 났다. 소화기로 껐다’고 말하면서 ‘같이 일하는 남자 근로자가 손에 화상을 입었다.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가 나면 사후에 신고하는 제도가 있으나 해당 화재 사고의 경우 사전, 사후 신고 아무것도 없었다"며 "이 부분은 추후 경찰과 함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폭발력이 큰 리튬 배터리에서 한 차례 화재가 났다면 안전점검과 화재 대응훈련을 더욱 강화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참사의 원인인 리튬전지 완제품 3만5,000개를 작업장 입구에 쌓아놓은 점도 안전불감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화재와 폭발에 취약한 배터리 특성상 소분해서 따로 보관해 놓아야 사고 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보관 규정이 새로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사는 2019년 리튬을 허가량보다 23배 초과해 보관하다가 적발돼 벌금 처분을 받았고, 2020년에는 소방시설 작동 불량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한 경찰은 22일 화재와 이번 참사와의 관련성, 당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공장 측의 화재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한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박 대표, 인력공급업체 대표 등 5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해 조사 중이며, 입건자 5명 전원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도 했다.
이날 추가 수색을 통해 수습한 1명을 포함해 사망자 23명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도 본격화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부터 이들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했다. 사망자 23명 중 아직 신원이 확인 안 된 20명에 대해서는 신원 확인 작업에 필요한 유전자정보(DNA)를 채취해 분석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23명의 국적은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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