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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 집값 자극한 정부, 뒷북 공급확대로 수요 잡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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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놨다. 서울과 인근 그린벨트에서 신규 택지 8만 호를 발굴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 신축매입을 통해 11만 호+α를 전월세로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재건축·재개발촉진법을 제정, 서울과 1기 신도시에서 17만 호 이상의 조기 착공도 추진키로 했다. 이렇게 향후 6년간 수도권에 총 42만 호+α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에도 0.26% 올라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포동의 전용 84㎡ 아파트가 49억8,0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한 무순위 줍줍 청약에 294만 명이 몰렸다. 인허가와 착공 물량까지 줄면서 집값이 또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큰 때 정부가 충분한 공급계획 발표로 가수요를 잠재우는 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린벨트 규제를 풀어 택지를 조성한 뒤 아파트를 지어 입주할 때까진 빨라도 10년은 걸린다. 당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할 그린벨트를 택지로 훼손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도 논란이다. 공공 신축매입도 빌라와 연립 전월세 시장엔 긍정적이지만 전세사기 사태 후 아파트 선호 쏠림을 감안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정비사업 촉진법도 여소야대 국면에선 불확실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은 공급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자금을 통해 주택 수요를 자극해 온 정부가 이에 대한 반성이나 수정 없이 이제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당초 7월 예정이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마저 연기, 집값에 기름을 부은 것도 정부다.
한쪽에선 돈을 풀면서 다른 쪽에선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 정책이 성공할 리 없다. 더구나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금도 줄이고, 조기 금리인하까지 압박하고 있다. 집을 사라고 부추긴다는 오해를 살 만하다. 진심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생각이면 이런 모순된 정책부터 조정하는 게 순서다.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함께 아우르는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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