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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상 역량 쌓아야 독립 진료" 면허제 검토… 의협 "의사 배출 급감" 반발

입력
2024.08.20 15:00
수정
2024.08.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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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역량 쌓아야만 개원·진료 자격 부여
의료계도 진료면허 제도 도입 필요 주장
인턴제 내실화 연계된 임상의 과정 제안
의협 "의사 배출 급감·전공의 착취 연장"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임상 수련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일반의 대상 진료면허 도입을 검토한다. 의대 졸업 후 의사면허를 취득하더라도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통해 진료 역량을 쌓아야만 독립 진료나 개원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면허 또는 자격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의사들은 진료면허가 의사 배출을 급감시킬 것이라 주장하며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에서 “의료법 제정 당시 면허체계가 지속돼 독립 진료 역량을 담보하는 데 미흡했다”며 진료면허 도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현행 제도에선 의사 국가시험에만 합격하면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아도 곧바로 일반의로 일할 수 있다. 실제로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해에 일반의로 근무를 시작하는 비율은 2013년 12%에서 2021년 16%로 증가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도 의대 6년 공부 후 충분한 임상 경험 없이 환자를 진료하면 환자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 의료단체들도 진료면허 도입을 꾸준히 제안해 왔고, 정부가 2월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에도 담겼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진료면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인력 전문위원회가 14일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인턴을 독립적 임상의로 육성하기 위해 평가·인증 후 별도 자격을 부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의료계에서는 특정 진료과 전문의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 과정과 분리해 일차의료 전문가 수련 과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강슬기 의료인력혁신과장은 “대다수 나라에서는 수련을 하지 않으면 개원과 독립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며 “진료면허 도입을 할 경우 면허 형태일지 자격 형태일지는 의료법 체계를 검토하면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면허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 의정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의대를 졸업하고도 독자적으로 진료를 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제도”라며 “개원면허제(진료면허)를 시행하면 의사 배출을 급감시킬 뿐만 아니라 저임금 전공의 노동력을 길게 쓰길 원하는 일부 병원장들에게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없어서 2,000명 늘리자고 하는 정부가 지금 당장 현장에 나올 의사를 막고 쫓아내고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금도 개원의 90%가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개원하기 때문에 진료면허가 개원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라 보기 어렵다”며 “노동력 착취 기간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수련다운 수련을 받아 독립 진료 역량을 갖추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22일에는 의료개혁특위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가 주관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의료사고 처리 및 보상 문제는 의료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 부족 탓에 갈등이 커지면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 환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소송에 매달리고, 의료진은 법적 부담에 중증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복지부는 의료사고 소통법을 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의료사고 설명 법제화, 의료분쟁조정제도 혁신 일환으로 환자 대변인 신설 및 감정위원 확대, 의료사고 배상 보험·공제 확충,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 현실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의료기관은 법적 분쟁 우려로 설명을 기피하고 환자는 의료진을 불신해 소송에 의존하는 현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며 “환자, 소비자, 시민사회, 의료계와 여러 대안을 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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