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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눈앞인데 윤-한 충돌, 국민 보기 민망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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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사태를 해결해야 할 정부·여당이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당정이 일사불란하게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야 할 마당에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방안을 두고 엇박자를 노출하면서다. 의정갈등의 볼모가 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키우는 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은 어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의대 증원 유예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한 대표가 그제 밤 페이스북에 의대 증원 유예를 거듭 주장한 지 반나절 만이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통해 이 제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했으나, 대통령실이 거부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한 대표의 중재 시도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다만 중재가 성공하려면 갈등 당사자인 정부와 의료계 입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전공의 단체가 한 대표 제안을 일축하는 것은 양측과의 사전조율이 부족했음을 방증한다. 여당 투톱인 추경호 원내대표조차 "한 대표와 심도 있게 상의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한 대표 제안에 진정성과 대표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당정 간 이견이 언론에 흘러나오는 것을 두고 "한 대표의 언론플레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대표 제안을 거부하면서 30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추석 이후로 연기한 배경에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민생에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온 국민이 걱정하는 의료대란이 민생 현안이 아니면 무엇인가.
의정갈등은 정부가 지난 2월 '2,000명 의대 증원'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갈등 장기화는 '원점 재검토'만 외치며 대화를 거부하는 의료계의 이기주의 탓이 크다. 그렇다 해도 10년 후 의사 수를 늘리려다 현재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해진다면 그 책임은 정부·여당 몫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2차 국정브리핑에서 증원 원칙을 견지하되, 규모에 집착하지 않는 유연함을 발휘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한 대표도 당정 주도권 경쟁을 의식하기보다는 정교한 갈등 해결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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