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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옹호하는 의사들과 협상? 어불성설” 환자들도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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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들을 ‘부역자’라 조롱하는 ‘의료계 블랙리스트’에 가장 크게 충격받은 이들은 환자다. 의사와 환자를 이어주는 마지막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부 의사들은 블랙리스트를 작성 유포한 사직 전공의를 영웅시하며 후원금까지 보내는 등 범법 행위를 두둔해 공분을 사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24일 “인격 모독을 넘어 인격 살인이나 다름없는 블랙리스트를 정당화하는 의사 사회를 보면서 분노와 절망감을 느꼈다”며 “하루하루 죽어가는 환자를 눈앞에 두고서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진료를 방해할 수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의료공백에 환자들은 오늘도 긴장과 두려움 속에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블랙리스트에는 복귀한 전공의와 전임의, 의대생, 응급실 근무 의사 등 진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 800여 명의 신상정보가 게시돼 있다. 출신 학교와 소속 병원은 물론 개인 연락처와 진위를 알 수 없는 내밀한 개인사, 심지어 ‘오지라퍼(오지랖 넓은 사람)’ ‘래디컬 페미니스트’ 같은 악의적 평가까지 담겼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블랙리스트 업데이트는 멈췄지만 명단은 삭제되지 않았다.
의사들은 자정 노력도 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한 사직 전공의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자 의사단체는 도리어 전공의 탄압이라며 들고일어났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구속된 전공의는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 주장했고, 경기도의사회는 전공의 구속에 대해 “인권 유린”이라며 반발했다.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행위는 엄연히 중범죄인데도 블랙리스트를 두고 “표현의 자유” “저항 수단”이라는 궤변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의사 전용 커뮤니티에서는 블랙리스트를 ‘의로운 행위’로 포장하고 구속된 전공의를 ‘용사’라 옹호하면서 후원 행렬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블랙리스트를 대하는 적반하장식 태도에서 의사 사회의 민낯, 그릇된 신념, 정체성이 드러난다”며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건 의사 집단행동에 대해 엄벌하지 않고 방치한 정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블랙리스트까지 정당화하는 의사들과 합리적인 소통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타협은 무슨 타협이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치권은 의사들에게 싹싹 빌면서까지 협의체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이냐”며 “더는 전공의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지금 최우선 과제는 의료공백을 막는 일”이라며 “정부와 의료계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진료를 거부당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며 “외국 의사를 대거 수용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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