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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가락 기준에 증시 혼란만 키운 K-밸류업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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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문제(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발표한 ‘코리아(K) 밸류업 지수’가 오히려 시장의 불신과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 고무줄 잣대에 대한 의구심과 실망감이 쏟아지며 첫날 거래부터 주가가 하락한 K-밸류업 편입 종목은 100개 중 35개에 달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발표된 종목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구성 종목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등 혹평을 쏟아냈다. 밸류업(up)이 아니라 밸류킬(kill), 밸류다운(down)이란 말까지 나온다.
주가 부양을 견인할 것이란 K-밸류업 지수가 기대에 못 미친 건 엿장수 마음이 된 선정 기준 등 증권거래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실제로 K-밸류업 지수에 포함돼야 할 종목은 빠지고, 빠져야 할 종목은 포함됐다는 지적이 적잖다. 누구보다 먼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KB금융과 주주 환원에 앞장서온 하나금융은 전자의 경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탈락됐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나 그런 저PBR주를 재평가하자는 게 K-밸류업 지수의 취지다. 발표 이전부터 주가가 하락한 것도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을 불렀다. 같은 저PBR주이면서 금융주인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이 포함된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반면 SK하이닉스와 두산밥캣은 후자의 경우다. 거래소가 밝힌 편입 기준에 따르면 최근 2년 손익을 합해 적자인 기업은 제외돼야 한다. SK하이닉스는 9,000억 원도 넘는 적자를 냈다. 두산밥캣은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을 추진하다 제동이 걸린 곳인데도 포함됐다.
논란이 커지며 연기금 등 일부 기관투자가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K-밸류업 지수를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와 선물 투자 상품 등을 출시, 이를 기관투자가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던 정부의 계획엔 빨간불이 켜졌다. 그렇다고 이제 첫발을 뗀 밸류업 프로그램을 포기할 순 없다.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할 자본시장의 발전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투명한 기준과 공정한 운영을 통해 K-밸류업 지수에 대한 시장 신뢰부터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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