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고교에서 사용되는 새 역사·한국사 교과서 대부분에서 한국 첫 유혈 민주화 운동이자 4·19혁명 도화선이 됐던 3·15의거 기술이 누락됐다고 한다. 경남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 요구로만 치부할 게 아니다. 김주열 열사의 희생으로 대표되는 3·15의거가 없었다면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큰 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부와 출판사들이 나서 반드시 수정·보완을 해야 한다.
경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내년 중학교 7종 교과서 모두 ‘3·15의거’ 용어 자체를 빠뜨렸고, 고교 9종 교과서 중에는 3종의 교과서에만 연표 등에서 ‘3·15의거’를 일부 언급했을 뿐이다. 경남교육청은 “3·15의거는 빠뜨린 채 ‘3·15부정선거→4·19혁명’으로 기술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3·15 부정선거→3·15의거→4·19혁명’의 역사적 흐름으로 기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에서 발생한 3·15의거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일 실종된 김주열(당시 마산상고 입학 예정)군이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에 눈에 최루탄이 박힌 참혹한 모습으로 떠오르면서 마산의 2차 시위로 이어졌고, 전국 시위로 확산됐다. 3·15의거일은 2010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매년 보훈부 주관으로 행사도 열린다.
그런데 이번 교과서를 보면 서울 학교의 시위 장면을 주요 사진으로 넣는 등 마산 지역사회의 핵심적인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유명철 경북대 사범대 교수는 ‘사회과 교육’(제57권 제1호) 기고 논문에서 “4월 혁명은 ‘4월 19일’, ‘서울’, ‘대학생’의 의미가 과대 대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화 운동 성과를 지분으로 다툴 건 아니지만, 서울공화국의 확장 속에서 지역민의 기여도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면 이 또한 역사왜곡이 아니겠는가.
창원특례시의회의 ‘3·15의거 한국사 교과서 삭제 규탄 및 시정 촉구 결의안’ 채택에 이어 3·15단체들이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반발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다행히 교육부가 출판사들에 의견을 전달해 수정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니 성과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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