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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 이음과 섞임, 확장의 상징

입력
2024.11.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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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세체니 다리- 1

헝가리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이은 최초의 교량인 세체니 다리. 위키피디아

헝가리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이은 최초의 교량인 세체니 다리. 위키피디아


미국 뉴욕 ‘덤보(DUMBO)’는 이스트강 너머의 맨해튼 마천루 풍경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관광 명소 중 한 곳의 별칭이다.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의 머리글자를 딴 덤보는 지척의 철재 교량 맨해튼 다리와 석조 브루클린 다리를 한 컷에 담을 수 있는 사진 명소로, 멋진 산책로와 놀이시설 등이 조성된 브루클린 브리지파크로도 인기를 끈다. 옛 창고들을 개조해 들어선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 상점들이 밀집해 있고 주말마다 열리는 플리마켓도 유명하다.

브루클린은 1960, 70년대까지만 해도 맨해튼과 대비되는 뉴욕 슬럼가 중 한 곳이었다. 가난한 남부 흑인들과 19세기 이래 유럽과 중남미 아시아 이민자들이 처음 터를 잡는 곳이기도 했다. 현재 맨해튼을 잇는 세 개의 다리 중 가장 앞서 1883년 개통된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수많은 노동자가 맨해튼의 일터로 혹은 헐한 땅값 덕에 창고들이 밀집해 있던 오늘의 덤보로 출근했다.
그들에게 아메리칸드림은 강 너머에 있었다. 창고의 물건들처럼 강을 건너지 못한 이들이 주로 모이던 곳이 덤보였다. 이제 브루클린은 쿤데라식 농담 같은 ‘dumbo(멍청이)’란 별칭에도 개의치 않는 곳이 됐다.

그렇듯 다리는 이음-섞임-확장의 매개물로써 실재와 상징 세계를 아우르는 힘을 지닌다. ‘건널 수 없는 다리’ 같은 아득한 단절과 상실의 클리셰 역시, 저 상징의 힘을 역설적으로 대변한다. 조선시대 한양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로, 또 서울특별시로 경계를 확장할 때마다 행정 당국이 맨 먼저 한 일도 한강을 건너는 다리를 놓는 일이었다.
1849년 11월 21일 개통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다리(Szechenyi Chain Bridge)는 다리가 지닌 이음과 섞임-확장의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예다.(계속)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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