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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데시벨의 공습··· 밤마다 전쟁 중인 접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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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만 붙어 있다고 사는 게 아니다. 북한 대남 방송이 곧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기세로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독한 고문에 가까운 이 소음 때문에 단 하루도 깊은 잠에 들 수 없었다. 밤이 돌아오는 게 두렵다.”
지난 20일 인천 강화군 당산리 마을에서 만난 주민 채갑수(68)씨는 북녘을 가리키며 ‘가슴이 답답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의 집은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대성면 해창리 인근 대남방송 확성기로부터 약 1.8㎞ 떨어져 있다. 맑은 날엔 맨눈으로 북한군 초소와 확성기가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채씨를 비롯한 당산리 일대 주민들은 수개월째 24시간 지속되는 이 소음 방송이 일상을 앗아갔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7월 이후로 약 안 먹으면 잠을 못 잔다. 잠들지 못한 채 그 험한 소리를 듣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의사에게 애원하다시피 해서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그마저도 (수면제) 한 번에 다 털어먹고 죽을까봐 걱정해서인지 열흘치밖에 안 주더라.”
65년째 당산리에 거주 중인 조경자(78)씨는 ‘취침 전’이라고 표시된 수면제 봉지들을 꺼내 보이며 참혹한 현실을 증언했다. 조씨는 “종일 밭에서 그 소리 들으면서 일하다 집에 오면 ‘욍욍욍욍’ 소리가 환청이 돼 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라며 “나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 상당수가 두통약과 수면제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수자(76)씨도 “평소엔 파란 약(수면제) 반쪽을 먹고 소음이 심할 때는 한 알을 먹는다”라며 불면증으로 인한 괴로움을 하소연했다. 폐암 판정을 받은 친언니와 투병 생활을 위해 14년 전 이곳으로 이주한 김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언니의 병세가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2일부터 일주일에 걸쳐 심야를 중심으로 소음 정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평균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소음도가 상승하며 오전 1시부터 4~5시간 동안 최고조(70dB 전후)에 이르렀다. 70dB은 가까이 있는 청소기 소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런데 현재 북측이 송출하는 대남방송에 대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배경에는 소음의 크기보다 종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예전 대남 방송이 체제를 홍보하는 말과 노래였다면, 현재의 대남방송은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괴기한 소음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귀신 비명, 회오리바람 소리, 까마귀 울음소리, 늑대 하울링, 광대 웃음소리, 팩스 수신음, 로켓 발사음, 유리·금속 마찰음 등 사람들의 신경을 자극할 만한 소음이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5대째 당산리에 살고 있는 안순섭(69)씨는 “어렸을 적에는 밭에서 일하다가 북한 노래가 멀리서 들려오면 따라서 흥얼거리기도 했었다”라며 “요즘 이 땅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소통은 다 끊어지고 증오만 남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한 달이라도, 그게 어렵다면 단 일주일만이라도 우리 군이 먼저 대북 방송을 멈추는 걸 고려해달라.”
당산리 주민 김옥순(65)씨는 “탈북단체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대북방송 재개와 대남방송 재개는 별개가 아니라 서로 물고 물린 것”이라며 “이렇게 기약 없이 줄다리기하다가 더 큰일이 생기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귀마개와 방음창이 아니라 외교적 해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인디언에겐 말을 타고 달리다 '멈칫' 말을 세우고 내려 뒤를 돌아보는 오래된 의식이 있었습니다. 발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하상윤의 멈칫]은 치열한 속보 경쟁 속에서 생략되거나 소외된 것들을 잠시 되돌아보는 멈춤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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