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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패싱'에 뿔난 미국… 외교부, 뒷수습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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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가 한미관계 복원에 진땀을 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동맹이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고는 정작 결정적 순간에 미국을 '패싱'하며 독단적으로 계엄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급속히 냉랭해진 상태다.
외교부는 9일 비공개 실·국장회의에서 나온 조태열 장관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조 장관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외교장관으로서 그리고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 장관은 앞서 3일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특히 "한미동맹이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장관은 계엄 해제 이후인 5일과 8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만났다. 두 차례 모두 외교부 요청에 따른 것이다. 조 장관은 5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도 전화통화했다.
이처럼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의 마음을 돌릴지는 미지수다. 비상계엄 상황에서 양국의 핫라인이 모두 끊겼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미국은 백악관을 주축으로 우리 국방부·외교부·합동참모본부 등 외교안보 채널을 총동원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3일 밤 11시경 한미 차관급에서 소통이 오갔지만 필요한 정보는 빠졌다고 한다. 김명수 합참의장도 사태를 제대로 알지 못해 미 측과의 소통에 나설 수 없었다. 국가안보실이 백악관과 연결된 건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인 4일 오전 2시쯤이다.
미국은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정부에 대해 불쾌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이날 본보에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민주주의 기관과 절차의 완전하고 적절한 작동(full and proper functioning)을 계속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모든 관련 당사자들과 계속 소통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동맹은 철통과 같다"고 밝혔다.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은 "미 국방부는 자국의 어머니들에게 아들과 딸을 한국에 보내 한국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입장인데도 그 어떠한 정보 공유나 안전에 대한 논의 없이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신뢰가 한 번 무너진 상황에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은 현재까지 이동 자제 권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20일 제이비어 브런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취임과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이임을 앞두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 외에 주요 국가의 주한대사들과도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김홍균 1차관이 이날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면담, 최근 국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병원 차관보는 팡쿤 주한중국대사대리와 만났다.
조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한미일 협력 등 주요 외교 과제를 짚으며 "일본, 중국 등과도 필요한 소통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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