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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끝나도 분쟁 이어질 텐데"… 종전 협상 흐름에 속내 복잡한 유럽

입력
2024.12.20 16:56
수정
2024.1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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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더 비싼 전쟁 치르게 될 것"
우크라 계속 지지 입장 표명했지만
"미국 없이는 못 버텨" 현실론 대두
젤렌스키 "트럼프, 도와달라" 구애

유럽연합(EU) 지도부와 회원국 정상들이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국 정상회의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지도부와 회원국 정상들이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국 정상회의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둘러싼 '종전 분위기 형성'을 지켜보는 유럽 속내는 복잡하다. 섣부른 종전이 향후 러시아의 더 큰 침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종전 드라이브를 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유럽 당국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 "향후 8년 내 러 나토 국가 침공" 불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지휘부는 트럼프 당선자 주도의 종전 협상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담당 고위대표는 19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지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나중에 (러시아의 유럽 침공에 따른) 전쟁을 견뎌내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러시아는 평화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유럽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전시 체제로 돌입한 러시아가 유럽 침공 야욕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국가의 군 고위관계자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러시아는 향후 5~8년 안에 나토 회원국 영토를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지난 16일 "향후 10년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병력을 증강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 도움 없이는 분열된 유럽이 현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EU 회원국 27개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300억 유로(약 45조 원) 규모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 방침을 밝혔으나 결국 분열상을 드러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자, 친(親)러시아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협상할 때"라고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헝가리는 연말까지 EU 순회의장국이다.

유럽도 물밑 종전 대비 활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게다가 EU 지휘부도 이미 내부적으로는 '종전 대책' 논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종전 후 유럽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트럼프 당선자 주도의 휴전 협상을 피할 수 없음을 EU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가 제시한 유럽군 주둔 방안 역시 EU 내 찬반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의 눈은 트럼프 당선자로 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당선자)은 '스트롱맨'"이라며 "정말로 그가 우리 편에 서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유지하거나, 나토 가입을 승인해달라는 요구였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트럼프 당선자에게 종전 대화 참여 의지를 전하고 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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