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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회복 탄력성' 있으면 질병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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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어르신이 오랜만에 외래 진료를 위해 방문했다. 휠체어에 앉아 아들 내외와 함께 온 환자분은 최근 낙상으로 고관절이 골절돼 외부 병원에서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뒤, 재활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어르신은 병원이 개원한 초기부터 고혈압과 당뇨병을 관리해 왔으며, 과거에는 요로감염, 심근경색, 폐렴 등 여러 질환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병상에서도 항상 의료진에게 미소를 보이며 회복 의지를 보여주던 환자분은 이번에도 "진짜 고생했지만 살아났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무사하게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80세를 넘긴 노인들에게 암, 심근경색, 뇌졸중, 감염성 질환과 같은 중증 질환은 치료 과정이 쉽지 않다. 병원에서의 치료가 성공적이어도 퇴원 후 원래 상태로 복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환자나 가족들은 침습적인 치료가 오히려 환자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젊은 환자들과 달리 노인 환자가 질환에서 회복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도 대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이겨내고 이전 상태로 완벽히 회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힘든 치료를 잘 견디고 성공적으로 회복한 노인 환자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첫째, 신체적인 예비능력, 즉 기초체력이 잘 유지된 경우다.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인포괄평가’에선 보행 속도와 근력 등 신체 기능이 좋은 환자들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잘 이겨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운동과 영양 관리, 만성질환 관리를 철저히 하면 노년기에 닥치는 질병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체 기능의 유지와 강화는 단순히 질병 극복을 넘어 노년기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둘째, 긍정적인 태도다. 같은 병에 걸린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환자들이 더 잘 회복한다. 이전과 비슷할 정도로 건강을 완벽하게 되찾지 못했더라도 호전되는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노력하는 환자들은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았다. 낙관적인 마음가짐은 치료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복을 향한 의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심리적 태도는 의학적 치료와 병행할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 가족의 지원이다. 경제적인 여유뿐만 아니라 정서적 유대와 지지가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 간의 끈끈한 정과 서로를 위한 노력이 환자의 회복을 돕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정서적 지지는 환자가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을 완화시키고,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게 만든다. 경제적 지원, 정서적 안정, 물리적 돌봄이 조화를 이룰 때 환자의 회복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노인의학에선 환자의 회복 탄력성이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는 상태라면 질병과 그로 인한 합병증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질병을 피할 수는 없더라도, 신체적 예비능력을 키우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며, 가족과의 유대감을 강화한다면 큰 시련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듦은 피할 수 없지만, 회복 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노쇠하지 않는 삶을 기대할 수 있다. 회복 탄력성은 단순히 질병 회복을 넘어 노년기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핵심 요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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