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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의 '태국 전 총리 기용'에 미얀마 저항 세력이 반발한 까닭은

입력
2024.12.23 18:00
수정
2024.12.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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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신 전 태국 총리, 말레이 총리 비공식 고문
재임 시절 미얀마 군부와 밀접한 관계 유지
"미얀마 군부 총선 지원해 정당성 부여할 것"

탁신 친나왓(가운데) 전 태국 총리가 지난해 8월 약 20년간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방콕 돈므엉 공항에 도착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탁신 친나왓(가운데) 전 태국 총리가 지난해 8월 약 20년간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방콕 돈므엉 공항에 도착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이끌게 되는 말레이시아가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아세안 의장 비공식 고문으로 임명하자 쿠데타 군정에 맞서는 미얀마 저항 세력이 반발했다. 미얀마 군부와 결탁했던 탁신의 전력을 근거로, 그가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군부를 대변하는 데 치중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이 이어진다.

"탁신, 아세안 가교로 삼을 것"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태국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얀마 북서부 친주(州) 인권단체 친족인권기구(CHRO) 살라이 링 대표는 “말레이시아가 미얀마 군부를 지원했던 탁신과 손잡은 것은 말레이시아의 리더십하에서 ‘더 강력한 아세안’을 기대해 온 미얀마 국민에게 우려스러운 메시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말레이시아가 탁신을 아세안 의장의 ‘비공식 고문’으로 임명한 데 대한 비판이다. 말레이시아는 내년 아세안 의장국이고,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의장을 맡는다.

탁신은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뒤 망명 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푸어타이당이 집권하자 지난해 8월 귀국했다. 현재 태국 총리인 패통탄 친나왓의 아버지로, ‘상왕’ 역할을 하며 태국 정치·외교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왼쪽) 태국 총리가 지난 16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함께 회담장에 들어서고 있다. 푸트라자야=AP 연합뉴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왼쪽) 태국 총리가 지난 16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함께 회담장에 들어서고 있다. 푸트라자야=AP 연합뉴스

말레이시아의 탁신 기용은 아세안 지역 정치 거물인 그를 통해 태국의 적극적 역할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모하맛 빈하산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탁신은 태국에서 영향력이 있고, 미국·중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아세안을 잇는 가교로 그를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신, 미얀마 군부에 편향"

그러나 링 대표의 발언처럼 미얀마 저항 세력과 민주주의 인사 사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탁신이 총리 재임(2001~2006년) 시절, 미얀마 쿠데타(2021년 2월)를 기획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한 미얀마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탁신 정권 시절 태국과 미얀마 관계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 미얀마 인권 운동가는 SCMP에 “탁신은 미얀마 군부에 편향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고 군부의 가짜 선거(내년 총선)를 지원해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2002년 탁신 친나왓(오른쪽) 당시 태국 총리가 방콕에서 미얀마 군사정권 2인자였던 마웅 아예 장군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2년 탁신 친나왓(오른쪽) 당시 태국 총리가 방콕에서 미얀마 군사정권 2인자였던 마웅 아예 장군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탁신이 동생 잉럭 친나왓 전 총리 재임 당시인 2013년 미얀마 남동부 도시에 부동산을 소유했고, 수백만 달러 규모의 항구를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중단됐다는 보도(미얀마 독립 매체 이라와디)도 나왔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개인 사업을 추진할 만큼 미얀마 핵심 관계자들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 왔다는 방증이다. 지난 5월 탁신이 개인 자격으로 미얀마를 방문해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등 저항 세력을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현지 싱크탱크 누산타라 전략연구아카데미의 아즈미 하산 정치분석가는 “탁신은 기본적으로 사업가이고, 미얀마 국민의 요구보다 자신의 사업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인권을 주요 관심사로 삼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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