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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제대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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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2011년 봄, 39개 시·군의 53개 지역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치권과 지자체, 지역 주민과 부동산 시장도 가세해 단식농성을 하고, 혈서까지 썼다. 이들이 가져가려던 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였다. 대전이 낙점된 뒤에도 무효소송에 정권퇴진운동까지 하겠다며 극단의 언행이 난무했다. 우리 정치권과 민심이 이토록 과학에 절실했나 싶을 만큼 이례적이었다.
전국적인 ‘과학 쟁탈전’은 한 물리학자와 대선 후보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그 물리학자는 ‘은하도시’를 꿈꿨다. 이름은 생뚱맞지만, 취지는 이상적이었다. 기초과학자들이 연구개발과 국제교류에 몰두하며 문화예술을 즐기는 도시. 중심엔 아시아 허브를 지향하는 연구기관과 최첨단 설비가 있고, 기업들이 모여들며 투자가 활성화해 신산업이 성장하는 도시.
물리학자의 꿈은 유토피아 같았을 뿐 구체성과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즈니스맨 출신 대선 후보 캠프를 거치며 은하도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개명했을 때도 대다수 과학자에겐 여전히 뜬구름 같았다. 그런데 후보가 당선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과학벨트 태스크포스가 꾸려졌고,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유치전이 달아올랐다.
그 험난한 과정을 거쳐 과학벨트의 핵심으로 문을 연 곳이 기초과학연구원(IBS)이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개원 기념 심포지엄에서 “세계 최고의 과학 두뇌가 모여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조하고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국가 선진화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IBS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기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다를 게 없다는 우려에, 세계 수준의 과학자를 국적 불문하고 영입해 대규모 연구비를 지원하며 자율적·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차별화했다.
그랬던 IBS가 얼마 안 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이 번갈아 요직에 앉고, 운영이 방만하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돼 특별점검을 받았다. 여러 연구를 총괄하는 연구단장에게 인력 구성과 운용, 연구비 편성과 집행까지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변칙 채용, 연구비 부정 같은 의혹이 수차례 불거졌다. 그럴 때마다 IBS는 시스템 개선과 구조조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내부 감사 결과는 약속을 무색게 했다. 석학이라고 영입된 외국인 과학자가 규정을 어겨 영리 회사를 차렸고, 해마다 해외출장 명목으로 상당 기간 고국에 머물렀다. 외국인 저자가 다수인 논문이 수두룩한 걸 보면 그가 국내 연구 현장에 충분히 기여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감사에서 경고를 받았는데도 IBS는 그를 “학문적으로 우수하다”며 연구단장에 앉혔다. 감사 조치를 뛰어넘을 만한 학문적 성과는 어느 정도인지, 과학자와 과학관료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가 이를 보도한 직후 IBS는 논문의 피인용횟수 지표가 세계적인 연구기관들보다 우수하다고 홍보했다. 정량적 지표 향상이 비상식적 행태의 외국인에게 수십억 원 규모의 연구단을 맡기는 걸 정당화하긴 어렵다.
과학벨트와 IBS는 정치와 민심의 동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과학벨트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IBS가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올해 국정감사 때 “13년간 IBS에 투입된 정부 예산이 3조 원에 육박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하고, 이제는 성과가 나야 될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개원 초기 제시된 미래상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자율성에 치우쳐 간과한 건 없는지, 온 나라가 들썩였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IBS는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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