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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스타일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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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삶을 살자.
기자 생활을 시작한 뒤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모토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도 뒤돌아보면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다.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워 벽에 머리를 처박고 싶을 정도로 한탄하기도 했다. 그때 좀 더 열심히 알아볼걸. 그 사람한테 왜 연락할 생각을 안 했을까. 바보야, 그 자리에선 그걸 물어봤어야지. 그리고 정말 후회되는 게 또 있다. 그분이 그걸 못하게 말려야 했는데.
후회하면 그나마 성찰하지만, 후회처럼 부질없는 게 없다. 일은 벌어졌는데 그때 말리지 못한 걸 후회한들 무슨 소용인가. 다행인 건 주변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걸 계엄 이후 알게 됐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니 그분이 수상했고, 돌이켜보니 그런 징조가 있었다는 거다. 그를 알고 지낸 많은 사람이 진심으로 후회했다.
결국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었다면 모를 수가 없었을 거다. 그는 자기 스타일을 감추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주관이 뚜렷하고 언행에 일관성이 있어 사람들을 속이지도 않았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4년 10개월 전에 쓴 '윤석열 스타일은 바뀌지 않는다' 칼럼을 다시 읽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검사 윤석열의 스타일을 문재인 정부 사람들만 모르고 검찰총장 자리에 앉힌 게 미스터리하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지적했던 윤석열 스타일은 대통령이 된 뒤에는 변한 게 없으니 그는 확실히 예측 가능한 사람이었다.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설정한 뒤 결론을 정해 놓고 수사한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지막지하게 수사한다. 목표에만 집착해 절차를 무시하고 인권을 등한시한다. 수사의 고수들이 깨닫는 절제의 미덕을 찾아볼 수 없다. 보스 기질이 넘쳐 자기 식구만 챙긴다. 언론 플레이의 대가이자 무죄 제조기다.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 윤석열로 바꿔 놓고 해석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었다. 그는 파렴치한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계엄을 선포했다. 야당의 거듭된 탄핵과 예산 삭감 등 계엄을 합리화할 그럴듯한 논리를 만든 뒤 국회와 선관위를 장악하려고 했다. 황당한 목표였지만 절제하지 않았고 자기 뜻대로 밀어붙였다. 계엄이 해제된 뒤에도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궤변을 일삼으며 부하들을 감쌌다. 그러면서 필요할 때마다 언론을 스피커로 활용했다. 검사 시절엔 무지막지하게 수사하고 기소해서 억울한 사람들을 양산하더니, 이번에는 전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윤석열은 문재인과 이재명이 만든 안티테제의 산물이다. 스타일이 널리 알려졌지만 위험성이 간과된 이유다. 확증 편향, 과잉 신념, 분노 조절 실패, 만기친람 리더십, 폐쇄적 의사 결정, 충격적 방안 선호, 시대착오적 대결론. 그의 주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당장 나한테 피해가 없으니 모른 척했을 거다.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았고 어울리지도 않았으니 문제없는 것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를 뜯어말리지 못한 걸 후회해야 한다. 사후 약방문 같은 부질없는 짓이라도 후회하면서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지 그가 조만간 어떤 메시지를 들고나오든 속지 않을 수 있다. 윤석열 스타일은 바뀌지 않는다. 더 이상 후회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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