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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크너, 안개 뚫고 태양이 떠오르는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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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탄생 200주년인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는 교향곡 마니아들의 열광을 일으키는 후기 낭만파의 대표 작곡가다.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들이 그의 작품을 어느 때보다 빈번히 공들여 연주했는데, 서울시향도 12월 교향곡 7번으로 그 뜻깊은 마감을 기렸다.
브루크너가 교향곡을 시작하는 전형적 방식은 '트레몰로와 상승'의 결합이다. 교향곡 7번도 마치 안개를 뚫고 태양이 떠오르듯 현악기군이 불투명한 트레몰로를 관통해 더 높고 더 밝은 영역을 향해 느리게 상승한다. 그런가 하면 이 교향곡은 브루크너의 빤한 전형을 비켜가기도 한다. 다른 작품에 비해 덜 난해하고 더 명료하다. 1884년 라이프치히 초연을 이끌었던 지휘자 니키슈는 "베토벤 이후 최고의 교향곡"이라 찬사를 보냈고, 객석에 있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도 "압도적 악상으로 숨을 쉬기 힘들었다"며 감탄했다.
청중들은 이 교향곡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바그너 튜바의 등장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삽입되면서 이 묵직한 음색은 대중을 매혹시키기도 했다. 브루크너에게 바그너는 두 번째 신과 같았다. 첫 교향곡에선 바그너의 선율을 차용했고, 3번 교향곡은 바그너에게 헌정했다. "그가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거라 예감했을 때, 교향곡 7번의 2악장 주제가 떠올랐다." 브루크너가 동료에게 이 편지를 쓴 한 달 뒤, 바그너는 고인이 되었다. 브루크너는 이 선율에 바그너가 직접 발명한 바그너 튜바를 입혔고, 느리게 움직이나 그만큼 강렬하고 숭고한 절정을 구현했다.
마지막 악장은 브루크너의 피날레치고는 짧은 길이에 무겁지 않은 악상이라 이례적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일부러 템포를 느리게 잡아 장엄하고 거대한 음향 건축물을 쌓는가 하면, 반대로 어떤 지휘자는 템포에 가속을 붙여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서울시향의 음악감독 츠베덴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아홉 곡 전 작품을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과 녹음하면서 후기 낭만 교향곡의 혁신적 해석을 개척한 바 있다. 서울시향과는 어떤 협업을 이룰지 궁금했는데 새로운 혁신에만 그치지 않고, 서울시향 고유의 사운드로 그 해석을 깊이 있게 진화시켜 인상적이었다. 특히 관악기군의 역할을 적재적소 확장, 현악기군과 입체적 융합을 일으킨 건축적 구조가 각별했다.
"나는 항상 가난했다. 버림받은 채 작은 방에서 깊은 우울에 잠겨있었다"고 자조했던 작곡가 브루크너. 200년 후 울려 퍼진 교향곡은 그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작곡가’란 사실을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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