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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 경제'에서 '안정 경제'로 급선회…추경은 사실상 새 정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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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년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발표하면서 방점을 찍은 건 '안정'이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그만큼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국면을 자초했고, 윤 정권의 경제 정책 키워드인 '역동 경제'도 무의미해졌다. 박근혜 정부 탄핵 정국 때 나온 경방처럼 '재탕' 정책도 많았다. 기획재정부는 경방을 준비하며 대통령실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일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방의 목표는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4대 정책분야 중 △민생경제 회복 △대외신인도 관리는 즉각 시행하고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산업경쟁력 강화는 대응전략과 체계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민생 경제의 조속한 회복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경제심리 개선과 내수 등 경기 회복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총 18조 원 규모의 공공부문 가용재정을 추가 투입한다. 작년보다 정책금융을 12조 원 확대하고 2조5,000억 원을 늘린 주요 기금 사업계획을 포함한 재정·공공투자를 6조 원 더 보강하기로 했다. 재정 투입 속도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작년 상반기보다 5조 원 이상의 추가 경기보강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85조 원 규모의 민생사업을 1분기에 재정의 40%, 상반기에는 70% 이상 집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새해 첫날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3,306억 원의 민생사업을 발굴해 집행하기로 했다. 새해 1호 집행사업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온누리 상품권' 등 11개 사업이다.
정책 체감도도 높인다. 이를 위해 정부 지원금이 수혜자에게 도달되는 시점을 단축시킨다. 취업청년 지원금의 최초 수령일은 지난해 1월 12일이었지만 올해는 1월 3일로, 노인일자리는 2월 1일에서 1월 10일, 전기차·수소차 구매보조금 지원은 2월 4째주에서 1월 3째주로 앞당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소비를 촉진하고자 상반기 추가소비분에 대한 20% 추가 소득공제를 추진하고 상반기 한시로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하기로 했다. 또 임금 인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자 통합고용세액공제 등을 개편하기로 했다. 국내 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비수도권 숙박쿠폰 100만 장을 신규 배포한다.
서민 생계비 부담도 낮춘다.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등 물가관리를 위해 올해 총 11조6,000억 원의 재정을 지원한다. 특히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은 상반기에 역대 최대인 80% 이상을 신속 집행할 방침이다. 오렌지 등 과일류 10종에 대한 추가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급 안정을 지원한다. 또 한 집에서 출퇴근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의 주거비용 부담을 완화하고자 부부 각자의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도 허용한다.
다만 이 같은 정책들로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수 진작에 도움은 되겠지만, 차갑게 식어가는 우리 경제의 엔진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재정 확장을 통해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기재부는 추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올해 예산을 1분기까지 최대한 빠르게 집행하고, 경제 여건을 점검해 필요하면 추가적 경기 보강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추경은 새 정부에서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삭감된 예산안은 원래 예비적 성격이 있었기에 신속 집행으로도 경기 보강, 약자 복지, 민생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보인다"며 "불확실성이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세수가 결정되는 만큼 추경은 올해 1분기 이후 점검하고 판단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입 재정의 총량을 늘리지 않는 한 조기 집행은 경기 부양에 큰 의미는 없다"며 "현 경기 둔화 문제의 원인과 해결 대책이 전혀 일치하지 않고, 그나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추경이나 예비비 집행이 반영이 안 돼 있어 이번에 발표한 경방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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