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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같은 패턴의 실수

입력
2025.01.03 04:30
23면

흑 이지현 9단 vs 백 박정환 9단
결승 3번기 2국
[64]

4보

4보


7도

7도


8도

8도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프로기사조차 실전에선 평소 익혔던 기본 원리를 적용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느낀다. 이는 인간의 본질적인 한계에 가깝다. 대다수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성찰은 혼자 힘으로 가져오긴 힘들다. 주변에서 듣기 싫은 말을 포함한 피드백을 받아야 하고, 때로는 이를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결국 이것을 도와줄 ‘거울’의 역할이 중요하다. 거울은 단순히 비판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면서 자기 성찰과 성장을 돕는 존재다. 만약 지도자가 거울 같은 사람을 배척한다면 주변에는 아첨하는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에게는 거울이 잠재력을 깨닫게 하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역할도 한다. 내가 아는 가장 투명한 거울은 바둑이다.

박정환 9단의 붙임수에 이지현 9단의 손길이 멈춘다. 상변 흑을 공격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백은 백1로 후퇴한다. 그사이 박정환 9단은 흑2, 4로 상변에서 안형을 만든다. 하지만 흑2는 후퇴하는 백을 물고 늘어지는 수법이 있었다. 바로 7도 흑1. 백2로 호구 칠 때 흑3, 5까지 성립해 실전보다 훨씬 강력했다. 백의 실착에도 흑이 결정타를 놓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이지현 9단의 완착이 놓인다. 바로 백13. 이 수는 당연히 8도 백1, 3 같은 수법으로 우하귀를 깰 장면. 의외의 선택에 해설을 맡았던 안형준 5단 역시 깜짝 놀란다. 흑14 역시 이전과 같은 패턴의 실수. 백13과의 교환으로만 생각하면 이득이나 우하귀 혹은 하변을 차지하는 것이 나았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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