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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너무나 인간적인...

입력
2025.01.07 04:30
24면

흑 이지현 9단 vs 백 박정환 9단
결승 3번기 2국
[65]

5보

5보


9도

9도


10도

10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바둑판 위에서도 마찬가지. 스스로 마주한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 자신을 시험하게 된다. 바둑에서 한 번의 패착이 전체 흐름에 영향을 미치듯, 삶의 선택도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바둑과 달리, 삶은 실수를 통해 배움과 성장을 이룰 기회를 준다. 작은 실수들이 쌓여 때로는 큰 어려움을 만들기도 하지만, 결국 그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아간다. 선택의 무게를 느끼면서 수를 하나하나 두어가는 자세는 인생을 대할 때 더욱 유용하다. 비록 완벽하지 못할지라도 실수와 실패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얻는다. 매일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하며 성장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다음 수를 고민하듯, 다음 걸음을 내딛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박정환 9단의 흑1이 놓이자 백의 선택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인간의 눈으로 보이는 곳은 실전 백2 단 한 수. 그러나 인공지능(AI)은 여기서 백이 반드시 우변을 침투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9도 백1. 일견 백5, 7로 상대 등을 밀어주는 것이 큰 고통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버텨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지현 9단은 너무나 인간적인 실전 백2, 4의 반발을 결행한다. 백에겐 이조차 고통의 수순이지만 승률 그래프는 너무나 냉정하다. 흑15가 놓이자 실리의 균형이 크게 무너졌다는 진단이 나오며 그래프가 흑에 쏠린다. 흑23의 반발에 응수한 백24 역시 평범해 보이는 행마. 그러나 이 수가 백의 마지막 패착이었다. 10도 백1, 3의 교환 후 백5로 최대한 실리로 버텨야 한다는 수순. 그러나 이 수순의 무게를 이해할 인간은 없다. 그저 이지현 9단의 불운이었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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