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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유대인의 숨은 구원자 라울 발렌베리

입력
2025.01.1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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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라울 발렌베리와 그의 가문- 1

이스라엘 텔아비브 발렌베리 거리에 서 있는 라울 발렌베리 동상. 위키피디아

이스라엘 텔아비브 발렌베리 거리에 서 있는 라울 발렌베리 동상. 위키피디아

1944년 노르망디 상륙전 이후 유럽 각국 주재 중립국 외교관 일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미국 전쟁난민위원회(WRB)를 도왔다. 유대인 구출 업무였다. 헝가리 주재 스위스 총영사 칼 루츠, 스페인 외교관으로 위장한 이탈리아 사업가 조르지오 페를라스카 등. 그들은 유대인에게 임시 여권을 발급해 국외 탈출을 돕거나 치외법권 지역인 자국 외교시설에서 보호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스웨덴 1등 공사관 라울 발렌베리(Raul G Wallenberg, 1912.8.4~ ?)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유럽 최대 재벌가(발렌베리가)의 일원인 라울은 미국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36년 귀국, 가족 계열사가 아닌 무역회사와 수출금융회사에 취업해 근무하던 중 2차대전을 맞이했다. 알려진 바 16분의 1 유대인 혈통을 지닌 그는 전시 영국 선전영화 등을 보며 유대인 문제에 깊은 우려와 관심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44년 유럽 전선에서 밀리던 나치는 헝가리 유대인 약 22만 명의 멸절수용소 수송작전에 박차를 가했다. 라울은 WRB 스톡홀름 지부장이던 미국인 이버 올슨(Iver Olson)에게 발탁돼 유대인 구출작전에 투입됐다. 44년 7월 9일 부다페스트에 부임한 그는 그해 말까지 WRB 자금으로 영사관 인근 건물 32채를 임대, 부설 도서관과 연구소 등 간판을 걸고 유대인 최대 약 1만명을 수용해 보호했고, 다수에게 임시 여권을 발급해 제3국 탈출을 도왔다. 영사 신분증과 막강한 가문의 힘을 동원해 나치를 매수하고 협박도 불사했다고 한다. 그렇게 구한 유대인이, 이스라엘 홀로코스트기념관 ‘야드 바셈’ 자료에 따르면 약 4,500명. 수만 명에 이른다는 일부 기록은 과장이라고 한다.

그는 45년 1월 17일 부다페스트에 진주한 소련군 정보요원에 의해 간첩 혐의로 체포된 뒤 숱한 의혹 속에 실종됐고, 스웨덴 당국은 그가 1952년 7월 숨진 것으로 2016년 잠정 선고했다(계속).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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