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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과 엘살바도르, 그리고 북한

입력
2025.01.15 05:15
15면

미국과 중국 등이 다량 보유한 비트코인의 대부분은 범죄수익 압수물이다. 이에 비해 일부 국가들의 비트코인 보유는 명확한 정책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히말라야의 왕국’으로 불리는 부탄은 지도자의 안목과 추진력이 돋보이는 경우다. 비트코인 보유 현황 사이트 ‘비트코인 트레저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탄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1만3,000개가 넘는다. 비트코인 가격이 5,000달러 수준이던 2019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채굴을 시작했고, 현재는 그 가치가 국내총생산(GDP)의 30%를 훨씬 웃돈다.

히말라야산맥 자락에 위치한 인구 80만 명의 부탄은 세계 최빈국에 속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부탄이 국민 1인당 2,000만 원 넘게 손에 쥘 수 있는 ‘비트코인 강국’이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주요 수입원이던 관광산업의 침체로 경제가 휘청이자 국왕이 직접 나서 비트코인 채굴로 눈을 돌렸다. 고산지대라 별도 냉각장치 없이 풍부한 수력발전 전기로 24시간 채굴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현재는 추가 채굴장 설치를 위한 해외기업들의 투자를 추진 중이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면서 경제 주권과 금융 독립성을 내세웠다. 빈약한 경제력 탓에 2001년부터 미국 달러를 법정화폐로 사용하던 중 2008년 금융위기와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의 연이은 ‘양적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로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미국의 화폐정책에 철저히 종속됐던 것이다.

엘살바도르는 채굴과 매입으로 비트코인 6,000여 개를 보유 중이며, 최근 수익률은 108%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 일하는 자국민들이 송금 수수료 부담이 거의 없는 비트코인을 이용하면서 GDP의 2%가량이 증가한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트코인 법정화폐 지정을 밀어붙인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2021년 11월 미사타에서 열린 행사에서 비트코인 도시 건설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미사타=AFP 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2021년 11월 미사타에서 열린 행사에서 비트코인 도시 건설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미사타=AFP 연합뉴스

암호화폐 해킹이 거론될 때면 이를 서방의 제재 우회 수단으로 활용하는 북한이 빠지지 않는다. 2007년 창설된 정찰총국 소속 ‘라자루스’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인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이 해킹한 액수는 13억 달러(약 1조9,000억 원)를 훌쩍 넘었고 전 세계 피해액의 61%를 차지했다.

북한이 이미 2018년에 비트코인 2만여 개를 보유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북한의 암호화폐 보유 수량은 추정이 쉽지 않다. 또 블록체인의 특성상 이들 암호화폐가 곧바로 핵물질이나 대량살상무기(WMD) 구입에 사용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더리움 개발자 한 명이 북한에서 자금세탁 관련 강의를 한 혐의로 최근 실형을 선고받은 걸 보면 복잡한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검은 돈’으로 기능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양정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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