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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행, 결단 내려 달라" 尹 관저 경호관 아내의 편지

입력
2025.01.14 10:00
수정
2025.01.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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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충돌과 유혈 사태 일어나선 안 돼"
체포영장 집행 앞두고 지휘권 행사 호소
尹 대통령에겐 "책임 있는 행동 보여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1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관계자들이 망원경을 통해 외부 동향을 살피고 있다. 하상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1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관계자들이 망원경을 통해 외부 동향을 살피고 있다. 하상윤 기자

내란 수괴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근무 중인 경호처 직원 아내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글쓴이는 최 대행에게 "부디 이 길고 긴 상황을 끝내 달라"며 경호처 지휘권을 발동해 영장 집행에 협조할 것을 호소했다.

13일 MBC가 공개한 자필 편지에서 경호관 아내 A씨는 최 대행에게 "지난 3주 동안 주말도 없이,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에 투입돼 극도의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만 보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올리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몸보다도 정신적으로 받는 압박감과 불안이 더 큰 고통이 돼 괴로워하는 남편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는 것뿐"이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최근 경호처 일부 직원들이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해 무장을 실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A씨의 근심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최근에는 윗선으로부터 중화기 무장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고, 그런 지시가 내려온 상황에서는 다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그런 끔찍한 상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구에서 경호처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구에서 경호처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무력 충돌과 유혈 사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최 대행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 권한대행님의 손에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삶이 달렸다"면서 "저희와 같은 평범한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더 이상 불안 속에 살지 않을 수 있도록 대통령 경호처가 제자리를 찾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읍소했다.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관저에서 버티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도 "부디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한 명의 국민으로서 대통령님이 대선 당시 '숨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제 남편과 동료들은 그 다짐을 하셨던 대통령님을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그런 이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모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마치고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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