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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세, 알루미늄캔 재활용 높여야

입력
2025.01.16 04:30
25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탄소 규제까지 더해져 국내 산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새로운 무역질서를 주도하는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전기·수소 등 6개 품목의 탄소 배출량에 따른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CBAM 품목 중 하나인 알루미늄은 항공기, 자동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산업은 물론 포장재·전자기기·선박·철도 등의 필수 원자재로, 원광인 '보크사이트' 제련 과정에서 다량의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매우 높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품질 손상 없이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높은 자원순환 가치를 가진 소재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엘리스 레논 교수가 발표한 '네이처 지속가능성 저널' 논문에 따르면 알루미늄 재활용 시 1차 생산 대비 에너지 소비는 5%, 온실가스 배출량은 4%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알루미늄 1톤 생산 시 14.5톤에 달했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재활용 시 0.65톤으로 대폭 준다는 것.

국내 실정은 어떤가. 국제알루미늄협회(IAI)에 따르면 2022년 한국에서 유통된 9만2,000톤 알루미늄 캔의 수거율은 96%에 달하지만 무한 재활용 가능한 음료캔 재활용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50% 정도는 탈산제나 합금원료로 쓰여 1회 재활용으로 끝나거나 저품질 합금으로 다운사이클링된다. 나머지 10%는 해외 수출돼 국내 재활용 시장에서 사라진다. 반면 알루미늄 캔은 60일 만에 새 제품으로 재활용돼 1년에 여섯 번 재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CBAM 대응과 국내 산업의 탄소중립 및 공급망 구축을 위해 철 스크랩 산업 육성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스크랩 산업 육성책이 알루미늄, 구리 등 비철금속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철 캔, 알루미늄 캔 등 폐자원 재활용 지원을 위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이 산업계의 탄소경쟁력 강화에 사용되도록 수출물량에 대한 보조금 철폐 등의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주요 알루미늄 재활용 기업은 이미 저탄소 생산 공정과 알루미늄 캔 재활용 시스템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경북 영주의 아시아 최대 알루미늄 캔 재활용센터는 매년 약 180억 개의 폐알루미늄 음료캔을 재활용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약 2,584만 톤의 탄소 배출을 줄인 것으로 집계된다. 나무 한 그루의 연간 탄소 흡수량(22㎏) 기준 약 9,787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효과다. 내년 도입을 앞둔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비해 알루미늄캔의 재활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정책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박종화 노벨리스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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