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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공주'로 돌변한 김민전은 어쩌다 극우 전사를 자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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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6대 2 혹은 7대 1이겠네요 ㅠ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자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올린 글입니다. '부정 선거' '사기 탄핵'을 주장하며 '극우 여전사'로 불리는 그조차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상황 판단엔 큰 무리가 없어 보이는데, 왜 이렇게 극단적 주장을 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자칭 '백골단'이라며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겠다는 극우 단체의 기자회견을 열어 줘 논란이 된 사건엔 혀를 내두르는 의원이 많았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조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돼 '백골공주'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과도한 여론의 관심 때문일까요. 정작 윤 대통령이 체포됐던 15일 한남동 관저 앞과 국회 어느 곳에서도 김 의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김 의원이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관저 앞에 갔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날 관저에 머물렀던 다수 인사들은 "김 의원을 볼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부분 친윤계 의원들이 '불법 체포'에 분개했는데, 유독 김 의원만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탄핵 반대'를 목 놓아 외쳤던 페이스북 활동도 지난 9일이 마지막입니다. 백골단 논란에 반성하고 '묵언수행'이라도 하는 걸까요.
김 의원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이력을 살폈습니다.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동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정치학 박사 등 소위 엘리트 출신입니다.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뛰어들었던 2012년까지 외려 '진보적 색채'가 강했습니다. 참여연대 활동 전력도 있는 진보 지식인이었던 셈이죠.
2007년 김 의원이 쓴 '리더십과 한국정치개혁'을 읽어 봤습니다. "정당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는 대신 후보자 개인 중심의 투표 행태가 강화되고 있다. 이런 투표 행위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 새로운 환경에선 정당이나 후보 모두 낡은 색깔론이나 지역감정 유발 전략이 아닌 새로운 선거전략이 필요하다. (…) 당 노선의 무조건적 추종자가 되기보다 국민 다수 여론과 맞지 않는 노선이나 정책에 대해선 과감히 다른 목소리를 내 '괜찮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당선권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이 책에선 합리적 중도 정치학자로서 김 의원의 색채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최근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나선다" 등 낡은 색깔론을 앞세워 탄핵 반대 여론에 올라탄 김 의원 주장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김 의원이 처음으로 현실 정치에 발을 디뎠던 2012년, 그리고 2017년 대선 때도 합리적 중도 스탠스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양당정치 극복, 제3지대, 새정치 등을 앞세운 안철수 의원 캠프에 합류했으니까요. 2017년 대선 때 안 후보 찬조 연설을 보면 "계파정치·패권정치·독선의 정치·부정부패를 단절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원망의 대한민국을 물려주게 될 것"이라며 "안 후보는 견제와 균형의 꼼꼼한 삼권분립의 망, 지방분권의 망을 만들어 독주와 독선의 정치를 끝내고 협치와 통합의 장을 열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의원이 지향하는 정치의 모습이었던 셈이죠.
그랬던 김 의원이 변하기 시작한 건 2020년 총선이 기점입니다. 보수 유튜브에 출연해 부정선거 주장을 펴기 시작한 겁니다. 2021년엔 윤석열 캠프 선대위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습니다. 김 의원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윤 대통령과 가까운 김 위원장과의 연이 작용했을 걸로 당시 선대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선대위 첫 회의 때도 부정선거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되기도 했죠.
부정선거에 대한 '진심어린' 믿음이 김 의원 변화를 설명할 단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단순히 지지층의 구미에 맞는 주장을 한다기엔 '진정성'이 엿보이는 행보가 많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이상 현상은 상당히 있다(특히 2020년 총선)" "지나치게 온라인에 의존하고, 실시간 투표율이나 개표율 같은 TV쇼 친화적으로 설계된 투개표 시스템입니다" "검증가능성, 투명성, 그리고 민주주의 원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와 같은 글을 공개가 되지 않은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지속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의원은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다면, 지지자들이 볼 수도 없는 글을 왜 계속 올리겠나"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김 의원과 오랜 연을 이어온 한 정치권 인사에게 물어봤습니다. 이 인사는 "인간적으로는 가깝지만,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면서도 "유튜브 등에서 그런 얘길 자꾸 듣다 보면 새로운 학습 효과가 생기는 거 아니겠나"라고 언급했습니다. 한국일보는 김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도 남겼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 의원은 과거 교수 시절 정치적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곧잘 답변해주곤 했는데 최근엔 제도권 언론 기자들의 전화 등은 피하고 있습니다. 대신 계엄 정당성을 설파하는 극단적 언론 일부를 거론하며, 이들의 스피커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동료 의원들에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제3지대에서 활동하다가 어렵게 제도 정치권에 안착한 만큼, 정치적으로 안주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이 교수일 때 함께 방송을 많이 했다. 대학 교수로서 바른말을 참 많이 했었다"면서 "윤석열이 (대통령) 돼서 비례대표를 받았는데, 사람이 완전히 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권력의 맛을 보고 도취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통령 체포가 임박하자, 자취를 감춘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정치 시작할 때와 달리 나이가 들면서 권력에 안주하는 경향이 많아지지 않느냐"며 "그게 극단적 형태로 나타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공천을 못해서 그렇다. 이런 분들이 보수 정치 이미지를 망쳐놓으니, 창피해 죽겠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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