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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무법지대 코인리포트(2023)

입력
2025.02.03 04:30
25면

<69>무법지대 코인리포트

편집자주

매일매일, 시시각각 한국일보 플랫폼은 경쟁매체 보다 빠르고 깊은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954년 창간 이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거나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낸 수많은 특종이 발굴됐다. 지난 70년 다수의 특종과 사건 중 파장이 컸던 내용들을 연도별로 안배해 ‘70대 특종’을 골라내 뉴스 이용자들에게 소개한다.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채 난립하던 암호화폐 시장의 상황을 고발한 2023년 5월 15일 자 한국일보 2면.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채 난립하던 암호화폐 시장의 상황을 고발한 2023년 5월 15일 자 한국일보 2면.

세상은 급하게 변한다. 특히 신기술이 출현하면, 그걸 배경으로 사람들의 의식구조도 바뀌고 그 바뀐 틈을 노려 부당하게 이익을 노리는 세력이 생긴다. 한국일보가 오래전부터 기자들에게 자연과학이나 인문학적으로 탄탄한 기본 소양을 갖추도록 요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2023년 5월 한국일보가 내보낸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기획 특종은 말 그대로 암호화폐에 대한 것이었다. ‘블록체인’, ‘작업증명 방식’, ‘탈중앙화’ 등 온통 낯선 단어를 내세워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불합리한 구조를 파헤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이어졌다.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출발한 사회부 사건기자들은 공부하며, 취재하는 3개월을 보내야 했다.

암호화폐의 작동 원리를 공부하며 접근한 시장 상황은 한마디로 무법지대였다. 암호화폐 작동원리가 어려워서인지, 한탕 심리 때문인지 본인이 투자하는 코인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코인이 ‘먹튀’인 줄도 모른 채 돈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바닥에서 차근차근 취재한 덕분에 코인을 모르는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접근 가능하면서 문제점을 선명히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코인 315개를 전수조사하자는 접근도 그렇게 시작됐다. 이 코인들은 누가 만든 건지, 왜 만들었고, 현재는 어떤 상태인지 따져봤다.

상폐 코인 전수조사가 ‘미시적 접근’이라면 코인 사기 판결문 분석은 ‘거시적 접근’이었다. 코인 사기 구조를 입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주경야독의 시간을 보냈다. 밤에는 판결문을 분석하고 낮에는 코인 관계자를 만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국일보 기자들의 노력은 관련 제도의 허점을 막는 입법으로 연결됐다. 정쟁으로 대립하던 여야 국회의원들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한국일보의 노력으로 코인 업계는 더 이상 무법지대로 방치되지 않게 됐다. 393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한국일보 기자들의 다짐은 해당 기획을 시작할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기술 변화를 핑계로 법의 빈틈과 인간의 탐욕에 기생해 이익을 챙기는 부당한 세력과 그들의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늘 공부하는 자세로 세상을 감시하겠다는 마음은 영원할 것이다.

한국일보 70년·70대 특종 (연도순)

66 중간 착취의 지옥도(2021)
67 농지에 빠진 공복들(2021)
68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2022)
69 무법지대 코인리포트(2023)
70 사라진 마을, 오버투어리즘의 습격(2023)



창간70주년 준비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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