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하고 뒤숭숭, 그래도 뭉치자... 尹 구속 여부 앞둔 참모진과 경호처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17일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종일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통령실은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나 법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여론을 예의주시했다. 경호처는 만약의 구속 가능성에 대비해 경호 업무를 점검하는 동시에 최근 격했던 갈등 상황을 봉합하려 애썼다.

대통령실은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과 관련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식적으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업무를 보좌하고 있는 만큼 공수처나 법원을 향할 수 있는 메시지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두 가지 기류가 뒤섞였다.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고위급 참모들은 경제·민생·외교 이슈에 대해 당과 정부를 뒷받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자고 분위기를 북돋웠다. 동시에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고무적으로 나타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계엄 선포 직후엔 충격에 휩싸여서 괴로워하던 대통령실 직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탄핵 과정, 윤 대통령의 강경 모드를 지켜보면서 윤 대통령 논리에 순응하고 동조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구속 여부와 관련해선) 그저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이지만, 대통령 신분이니 최소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길 원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호처는 더 큰 후폭풍을 앞뒀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체포영장에 이어 현직 대통령의 첫 사례라 전례나 규정이 없다. 법무부와의 입장 차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체포영장으로 구금돼 있는 기간에 구치소 안으로 경호원이 출입할 수 없는 만큼, 같은 수준에서 경호가 이뤄질 전망이다.

경호처는 이날 경찰에 체포된 김성훈 차장(처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강경파와 이에 맞서는 온건파로 갈라진 상황이다. 이에 더해 내부에선 경호처가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에 따른 기관으로 돌아갈 때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호처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비판받았던 지점에 대해 자체적으로 반성하되 과거처럼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신뢰받는 경호처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