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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영장심사서 비상입법기구 쪽지 질문에 "김용현이 썼나 가물가물"

입력
2025.01.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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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 후 최상목 대행에 지시한 쪽지
차은경 판사 유일한 질문에 "기억 안 나"
"정말 계엄 생각했다면 대충 선포 안 해"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해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해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12·3 불법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문건과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입법기구는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한 쪽지에 담긴 내용이다. 이는 재판부가 윤 대통령을 지목해 던진 유일한 질문이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의 영장심사를 맡은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5분간 최후 진술에 나선 윤 대통령에게 비상입법기구에 대해 물었다. "비상입법기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계엄 선포 이후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한 의도가 있었느냐"고 물었는데, 4시간 50분간 진행된 심문에서 차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에게 던진 유일한 질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일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왼쪽)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일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왼쪽)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 대통령은 잠시 침묵한 뒤 "(쪽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 정말 계엄을 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대충 선포하고 국회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고 순순히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비상입법기구 창설 의도를 부인하는 것은 물론 쪽지 작성의 책임을 김 전 장관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으로 읽힌다.

최 대행은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입법기구 내용이 담긴 쪽지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윤 대통령이 전한 문건에는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이 기재돼 있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입법기구가 정확히 어떤 성격이냐'는 차 부장판사의 거듭된 질문에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면서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무부 호송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고 있다. 박시몬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무부 호송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고 있다. 박시몬 기자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이 확보한 군 지휘부 진술의 신빙성도 부정했다. 군 지휘부는 '총을 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윤 대통령은 "내 수사 경험에 비춰보면 이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지휘부가 자신들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차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50분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건 헌정사상 최초다. 차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있다"면서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 것으로 해석된다. 영장심사는 윤 대통령이 직접 변론에 나서 오후 4시 35분쯤부터 오후 5시 15분까지 40분간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 등에 대해 발언하는 등 총 4시간 50분간 진행됐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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