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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사각'에 쌓이는 쓰레기 산, 주범 '공사장 폐기물' 처리 투명성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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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4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쓰레기의 처리 경로는 투명해야 한다. 감시의 경로에서 벗어난 쓰레기가 언제 어떻게 불법처리로 인해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 규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경직되고 엄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폐지나 고철처럼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쓰레기는 감시가 느슨해도 큰 문제는 없다. 돈 주고 산 물건을 땅에 묻거나 불 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물상 영업이 여전히 통용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처리비를 주고 처리하는 쓰레기의 처리 경로가 투명하지 않은 경우다. 배출자로부터 처리비를 받은 후 싼 가격에 불법처리할 경제적 유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감시가 느슨할 경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 2019년부터 전국 곳곳에 수백 곳의 쓰레기 산이 생긴 이유도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쓰레기가 불법적인 경로로 모이고 모였기 때문이다.
쓰레기 산 사태를 일으킨 주범 중 하나가 공사장 생활폐기물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공사장 생활폐기물은 작업 혹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5톤 미만일 경우를 말한다. 5톤 이상일 경우에는 사업장 쓰레기로 엄격한 관리를 받는데, 미만일 경우에는 생활 쓰레기로 분류되어 쓰레기 종량제 체계에서 관리를 하게 된다. 쓰레기 성상에 따라 대형폐기물, 재활용품, 종량제 봉투, 불연성 마대로 분류하여 배출하면 종량제 봉투 수집 차량으로 수집 후 처리를 한다.
그런데 소규모 작업 혹은 공사현장에서는 쓰레기를 성상별로 잘 분류한 후 각각 봉투에 담는 작업이 번거로워 이 방식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폐기물관리법에서는 공사장 생활폐기물을 배출자가 직접 처리 시설로 운반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어서 인테리어 공사나 팝업 건물 철거 등의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5톤 미만 쓰레기는 배출자가 직접 처리 업체로 운반하여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배출자가 직접 처리 장소로 운반하는 경우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관리의 사각이 발생할 우려가 매우 높다. 지방자치단체는 공사장 생활폐기물의 발생량 및 처리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2022년 쓰레기 종량제 현황 자료에는 공사장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40만 톤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실제 발생량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환경부 '쓰레기 종량제 시행지침'은 공사장 생활폐기물의 적정관리를 위해 지자체가 공사장 생활폐기물 공공선별장을 직접 설치하게 하거나, 건설폐기물 수집업체가 운영하는 임시 보관 장소를 공공선별장으로 지정하도록 한다. 또 공공선별장에 반입되는 공사장 생활폐기물의 처리 경로 및 처리량에 대해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한다. 공사장 생활폐기물이 종량제 체계로 배출되든, 배출자가 처리 장소로 직접 운반하든 지자체 관리체계 내로 들어오도록 함으로써 불법 처리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렇게만 되면 공사장 생활폐기물 처리의 투명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
다만 해당 지침은 강제성이 없어, 공사장 생활폐기물은 공공선별장을 통해서만 처리될 수 있도록 반드시 규정이 강화되어야 한다. 공사장 생활폐기물의 처리 현황이 반드시 지자체로 보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수도권 지역에서 공공선별장을 운영하거나 지정한 사례는 여전히 일부에 불과하다.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가 누그러지니 쓰레기 처리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열의도 같이 사라지는 것 같다. 지자체들이 너무 안일하다. 이러다가 언제 또 쓰레기 대란이 덮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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