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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난입 사태'에 허지웅 "나치에 열광한 '폭민' 특성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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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를 계기로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독일 나치 정권 시절 '폭민(mob)'이 일으킨 소요 사태에 비유했다. 허지웅은 강성 지지층의 탈선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을 '폭민의 당'이라고 규정했다.
허지웅은 이날 본인 인스타그램에 유대계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그의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제시한 개념인 '폭민'에 대해 설명했다. 허지웅은 "폭민은 절망과 증오로 가득 찬 잉여 세력"이라며 "그들은 나치의 '당신의 불행이 유대인을 중심으로 하는 음모론적 세계관 때문이며, 이를 분쇄하기 위한 해결책이 있다'는 말에 열광했다"고 썼다. 폭민은 1921년 독일에서 창설된 나치 돌격대에 대거 합류해 약탈과 폭행, 방화 등 사회적 범죄를 저질렀다.
허지웅은 이날 법원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을 상대로 폭행을 행사한 윤 대통령 강성 지지층도 폭민의 특성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법원의 폭도들이 본래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의 지지자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이 매료된 건 비상계엄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12·3 불법계엄이 지지층 눈에는 '메시아의 해결책'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허지웅은 강성 지지층에 기대 여론전을 펼치는 국민의힘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여당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국가의 존망을 걸고 '폭민의 당'이 되길 자처했다"며 "당장은 쉬운 길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건 길이 아니다. 절멸이다"라고 경고했다.
여권의 지속적인 여론전 탓에 불법계엄의 심각성이 간과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허지웅은 "모두가 똑같은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처음에 그것은 범죄였지만, 며칠 후 누군가가 정치의 문제라고 속삭였고, 마침내 그것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니라 정쟁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우려했다.
모두가 똑같은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했습니다. 처음에 그것은 범죄였습니다. 며칠 후 누군가 그것이 정치의 문제라고 속삭였습니다. 며칠이 더 지나자 흡사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인양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5:5의 비중으로 다루는 게 공정한 자세라는 듯 중계하고 스코어를 기록하는 언론이 늘어납니다. 마침내 그것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니라 정쟁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일찍이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폭민(mob)에 대해 설명한바 있습니다. 그녀에 따르면 폭민은 절망과 증오로 가득찬 잉여 세력입니다. 나치는 그들의 소외감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불행은 유대인을 중심으로 하는 음모론적 세계관 때문이며, 우리에게는 이를 분쇄하기 위한 해결책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열광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하나의 강력한 이데올로기 아래 행동하고 싶어하고 소모품이 되고 싶어하며 영광스러운 희생을 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이들은 돌격대(SA)에 자원했습니다. 그리고 약탈과 폭행, 살인과 방화를 통해 사회 전체를 겁박했습니다.
(실각한 마오쩌둥이 어린 홍위병을 선동해 권력을 다시 잡은 방식도 똑같았습니다. 훗날 이미 권력을 잡아 쓸모가 다했을 때 돌격대와 홍위병은 숙청되었습니다)
극좌와 극우 양극단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입장을 바꾸지 않습니다. 대다수 중간층은 순간의 감정에 따라 선택합니다. 폭민들이 뜨겁게 열광하고, 배우들을 섭외해 배치해둔 연단 위에서 괴벨스가 선동하면, 나치가 보급한 라디오로 연설을 들은 중간층은 어김없이 따라갔습니다. 국민투표와 재선거를 반복해 의회를 장악해가며 괴벨스는 "여론조사라는 건 대상을 누구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작년 여름의 일입니다. 괴벨스의 총력전 연설을 컬러로 복원한 게 있어 찾아보았습니다. 거기서 이런 덧글을 발견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히틀러가 필요하다. 모든 걸 통제하고 하나로 묶을 사람. 지겨운 양당체제를 벗어나고 중국인과 부동산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유대인 음모론이 중국인으로 대체되었을 뿐 저 짧은 문장 안에 '한방의 해결책'을 갈망하는 폭민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있어 놀랐습니다. 저는 지금 법원의 폭도들이 본래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의 지지자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매료된 건 비상계엄 그 자체입니다. 헌법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불법 비상계엄입니다. 폭민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메시아의 해결책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여당의 극우화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국가의 존망을 걸고 폭민의 당이 되길 자처했습니다. 당장은 쉬운 길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건 길이 아닙니다. 절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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