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주요 시중은행장들을 찾아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국회 정무위 민주당 의원들이 추진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민주당-은행권 간담회’에 당대표로서 참석한 모양새다. 은행연합회 이사회에 맞춰 진행된 간담회에서 민주당 측은 당초 서민·소상공인 대출 가산금리 인하 등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례적인 이 대표 참석으로 행사는 마치 조기 대선을 의식한 정치 행보처럼 비친 측면이 없지 않다.
이 대표는 비판을 의식한 듯 간담회 모두에 “"오늘은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은행권에) 무엇을 강요해 뭘 얻거나 강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전제했다. 그러곤 “상황이 어려우니 각종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방안들을 충실하게 잘 이행해 주시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장들과 '파이팅' 사진을 촬영한 뒤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선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 방안과 제도·규제 개선 방안, 금융의 기업 지원 활성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민주당이 밝혔다.
국회나 여야가 공익을 위해 기업, 금융권과 적극 교류하는 건 장려돼야 할 일이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가뜩이나 정부 내 정책 컨트롤타워가 취약해지고 정책 여건이 어수선해진 상황을 감안할 때, 공무담임권자도 아닌 야당 대표가 직접 은행장들을 상대로 정책 논의를 벌이는 게 바람직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사실 은행장들을 격려하고 정책 제안을 요청하는 정도라면 굳이 이 대표가 나설 일도 아니다. 최근 이슈인 가산금리 문제나 소상공인 지원책 등도 이미 정부와 은행 차원에서 해소를 위한 시책이 가동 중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재계·산업계·소상공인과의 소통을 강화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민생 회복을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꼭 필요치 않은 야당의 ‘현장활동’은 자칫 민간에 부담만 주기 십상인 데다, 이 대표까지 번번이 나설 경우 불필요한 논란만 증폭될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다지려면 이미 출범한 ‘여야정 국정협의체’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조세특례제한법이나 반도체특별법 등 시급한 민생ㆍ경제 법안 처리부터 모색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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