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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좀비기업' 퇴출 속도 낸다... "199개사 상폐 위기"

입력
2025.01.21 14:03
수정
2025.01.21 14:3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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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 발표
코스피 상장폐지 기준 시총 50억→500억 원
상반기 중 규정 개정... 2029년까지 단계 상향
2회 연속 감사 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
의무보유 확약 시 공모주 우선 배정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RX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RX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을 위해 코스피 상장폐지 기준을 현재의 10배인 시가총액 500억 원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개정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코스피 상장사의 8%인 62개사, 코스닥시장의 7%인 137개사가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기업공개(IPO) 제도 역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 등과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새 기준 적용 시 "코스피 62개, 코스닥 137개사 퇴출"

개선안의 핵심은 자본시장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을 위해 단기차익 목적의 투자를 막아 시장 진입은 까다롭게 하고, 상폐 요건을 강화해 퇴출은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제대로 된 기업 옥석 가리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당국은 우선 부실기업을 빠르게 솎아낼 수 있도록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현행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선인 50억 원(코스피)과 40억 원(코스닥)을 각각 500억 원과 300억 원으로 최대 10배 강화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 유지가 어렵다는 의미다.

매출액 기준선도 코스피 기준 현행 5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2029년까지 점진적으로 상향한다. 시뮬레이션상으로는 코스피는 전체 상장사의 8%인 62개사, 코스닥은 7%인 137개사가 요건에 미달한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하고, 상장폐지 심사절차도 현행 최대 4년에서 2년으로 축소(코스피)한다. 성과가 낮은 기업은 상장폐지 심사기간에도 시가총액에 포함돼 주가지수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의 밸류업 노력과 시장 여건 변화 등에 따라 실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이 같은 정책을 내놓은 것은 국내 증시의 상장기업 수나 시가총액은 성장했지만 정작 주가지수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최근 5년(2019~24년) 상장회사 수가 17.7%, 시가총액은 34.8% 성장하는 동안 주가지수는 3.8%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82.6%)과 일본(65.4%) 등 선진시장을 하회하는 수치다.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가 느슨해 저성과 기업의 시장 퇴출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봤다. 2019년 이후 연평균 99개 기업이 상장됐는데, 퇴출 기업은 4분의 1 규모인 평균 25곳에 불과했다.

공모주 의무보유 확약기간 3→6개월 확대

당국은 단기차익 위주로 운영되면서 높은 공모가 산정 등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IPO 시장도 손질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중·장기 투자자 역할을 해야 할 기관투자자조차 배정받은 공모주를 상장 직후 매도하는 일이 많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는 IPO시장을 '기업가치 투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다. 일정기간 공모주 의무보유를 약속한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의 40% 이상을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의무보유 확약 최대 가점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고 위반 시 제재도 강화한다. 코너스톤투자자와 사전수요예측제도 도입도 지속 추진된다. 코너스톤투자자는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에 대한 사전 배정을 허용하는 제도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꾸준하게 고삐를 놓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안이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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