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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구조가 안락사를 낳는 이상한 시스템

입력
2025.01.22 04:30
27면

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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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고 헤매는 유기견을 보면, 주인을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지자체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가 아는 많은 애견인들은,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는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러한 차이점은, 동물보호법상 유기견이 처리되는 절차 때문에 발생한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신고를 받으면 유기견을 구조하여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하고, 주인이 찾아갈 수 있게 보호 사실을 7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법 제40조). 공고일로부터 10일이 지나면 지자체가 유기견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그 이후부터 유기견은 지자체 결정에 따라 "인도적인 처리", 즉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유기견은 한 해에 몇 마리나 안락사될까? 2023년, 약 8만467마리 유기견이 구조되었고, 그중 1만3,150마리(16%)가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되고 있고, 1만3,125마리(16%)는 주인에게 반환됐다. 1만4,055마리(17%)가 자연사하였고, 1만9,065마리(24%)는 안락사됐다. 나머지 26%는 새로운 곳으로 입양됐다. 즉 구조된 유기견 중 41%(자연사 및 안락사)가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동물보호센터의 평균 보호 기간은 27.8일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알고 나면, 유기견을 신고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이에 더해, 이 유기견이 구조될 자리를 만들기 위해 기존에 보호조치 중인 다른 유기견이 안락사될 운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최근 창원시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사건이 터졌다. 창원, 마산, 진해에서 각각 보호 중인 700마리의 유기견을 통합 관리하려고 통합 동물보호센터를 신설했는데, 막상 유기견을 옮기려고 보니 400~500마리만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창원시의 해법은 무엇이었을까? 기존에 보호하고 있던 유기견들을 안락사시키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해당 지역에서 안락사된 유기견만 89마리에 달한다.

지자체가 유기견을 안락사시키는 것 자체는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니지만, 동물보호센터 설계를 잘못해서 안락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법을 떠나서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동물보호센터에서 사건들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믿고 유기견을 구조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 동물보호센터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지속적 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재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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