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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 의외의 '협상' 공간 열릴 것"

입력
2025.02.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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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웨이 中 런민대 국제관계연구소장 인터뷰]
"바이든, 대중 압박 자체가 목적... 트럼프는 달라"
"대만 등 협상 카드로 활용, 무역 성과 내려 할 듯"
"관세 폭탄? 2년 뒤 중간선거 때 곤경 처할 수도"

왕이웨이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연구소장.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중 간 의외의 거래 공간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왕이웨이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연구소장.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중 간 의외의 거래 공간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 시즌 2'를 예고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1일(현지시간) 대(對)중국 10% 추가 관세 부과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20일 백악관 복귀 이후 12일 만에 중국을 상대로 내놓은 첫 압박 조치다. "중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을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 폭탄을 투하해서라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대선 공약,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시점이 문제일 뿐 미중 갈등의 파고는 최고조에 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왕이웨이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연구소장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틀 후인 지난달 2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시대 회귀에 따라 미중 관계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딜(거래)'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대중국 압박 자체에 집중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게 왕 소장의 분석이다. 그는 "대만 문제 같은 민감한 이슈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왕 소장은 중국의 대표적인 외교 전략 전문가다. 2000년 미국 예일대 초청교수로 재직했고, 2017년 유럽연합(EU)이 뛰어난 업적을 낸 학자에게 수여하는 '장 모네 석좌교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시아보다 서방에서 더 저명한 학자로 평가된다. 현재는 런민대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연구소' 부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다음은 왕 소장과의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왼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의사당 내 '대통령의 방'으로 자리를 옮겨 신임 대통령 서명 행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의사당 내 '대통령의 방'으로 자리를 옮겨 신임 대통령 서명 행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섰다. 미중 관계의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기존에 이뤄진 미국의 중국 봉쇄가 '작은 정원에 높은 담장 쌓기(小院高墙)'였다면, 지금부터는 '큰 정원에 높은 담장 쌓기(高院高墙)' 양상으로 변화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압박이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되는 등 국지전 성격이 강했다면, 트럼프의 봉쇄는 무역·통상 분야로도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트럼프 특유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미중 관계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이념 자체가 다르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를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진영으로 나누고 대립을 조장했다. 냉전주의적 발상에 따라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발전을 제한하려 했다. 트럼프는 이러한 글로벌 가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과 미국 간 의외의 협력과 거래의 공간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어떤 거래가 가능할까.

"트럼프는 전임자처럼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겠다며 조급하게 굴지 않을 것이다. 대만 문제를 보다 유연하게 다룰 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럽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개입도 용인할 수 있다. 즉 (바이든이었다면 양보하기 힘든) 대만 문제를 '협상 품목'으로 내놓고 무역 분야 성과를 이끌어내는 식의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실화할까.

"물론 트럼프는 고율 관세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하지만 고율 관세가 가져올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미국 국민·기업에 돌아갈 피해도 고려할 것이다. 관세 폭탄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가면, 그는 2년 뒤 중간선거에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에 앞서 인사한 뒤 각자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에 앞서 인사한 뒤 각자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앞서 중국은 한국, 일본, 유럽 등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유화적 태도를 취했었다. 어떤 의미인가.

"중국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게 아니다.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던 국가들이 먼저 중국에 다가온 것이다. 동맹을 상대적으로 덜 중시하는 트럼프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서다. 물론 중국은 이런 움직임을 환영한다. 국제 관계 회복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최근 한국은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조기 정권 교체 가능성도 있다. 차후 한국에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조언한다면.

"한국 내정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다. 다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외교를 펴는 결과가 좋지 않다는 점은 역사가 증명해 왔다. 스스로 판단하는 외교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게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본다."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보다 상황이 복잡하다. 당시에는 북미 지도자가 직접 협상했다. 지금은 북한과 러시아 간 동맹이라는 변수가 생겼고, 한국의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또 한국, 일본의 독자 핵무장 목소리도 다시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장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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