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단 방어 성공...'상호주 리스크'는 이어진다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개최
최 회장 '상호주' 제도 활용..영풍 의결권 제한
'이사 수 상한 19인' 안건 통과로 최 회장 승기
고려아연 측 이사 후보 전원 이사회 진출 성공
영풍·MBK "상호주 요건 충족 못해..불법 주총"
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예정..분쟁 이어져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장 모습.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영풍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로 임시 주총이 진행돼, 최 회장 측 이사 후보 전원이 이사회에 진출했다. 당장은 최 회장 이사회 체제가 유지될 수 있게 된거다. 다만 영풍·MBK 연합이 "최 회장 측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데 활용한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제도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반발해 다시 법정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이사회, 최윤범 체제...19인 중 18인이 우호 인사

지난해 11월 13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유상증자 철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날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 19인' 안건과 '최 회장 측 추천 이사 후보 7인에 대한 선임' 안건이 가결됐다.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가결됐지만 앞선 법원 판단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는 효력이 없다.

이로써 고려아연 이사회는 19인 체제가 만들어졌다. 기존 13인 중 1인(성용락 사외이사)은 일신상 사유로 곧 사임할 예정이고 여기에 새로운 사외이사 7인이 추가됐다. 19인 중 MBK와 손을 잡은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하면 18인이 모두 최 회장 측 인사로 구성돼 '친 최윤범 이사회'가 유지돼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방어하게 됐다.

'상호주' 카드로 영풍 의결권 제한한 결과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고려아연 노동조합 측이 영풍·MBK 연합 인수 시도에 반대하는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결과가 이렇게 나올 수 있었던 건 전날 최 회장이 던진 '승부수'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제도를 활용해 영풍의 의결권 25.42%를 제한했다. 이에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은 40.97%에서 15.55%로 줄어 들어 최 회장 측 지분(약 34.35%)을 넘어서지 못했다.

최 회장 측은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전날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동원해 영풍 주식 19만266주(10.33%)를 장외 매수했다. 그 결과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C→영풍→ 고려아연'의 순환 출자고리가 만들어졌고 제도에 따라 영풍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의결권은 제한된다는 게 최 회장 측 판단이었다.

영풍·MBK "불법 임시 주총...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진행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한 모습. 고려아연 제공

영풍·MBK 연합은 임시 주총 과정에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고려아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풍·MBK 연합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국내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며 "그런데 SMC는 호주 유한책임회사로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이어 "상법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진행된 이번 임시 주총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번 임시 주총 결의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사 선임 표결이 끝나고 임시 주총에서 중도 퇴장하기 직전 발언권을 얻어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 고려아연 앞날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당장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영풍·MBK 연합이 제기할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양 측의 경영권 분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