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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잇단 러브콜에 신중한 김정은... 대미 메시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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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재차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쉽게 장단 맞추지 않고 신중하게 실익을 따지는 모양새다. 북한의 반응수위에 따라 북미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당일인 20일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더니 이번에는 북미 정상외교 재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을 '똑똑한 남자(smart guy)'라며 한껏 추켜세웠다. 빠른 속도로 계속 멍석을 깔아주며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급할 것이 없어 보인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의 충격 이후 6년이 지나면서 김 위원장은 핵 능력 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관계는 혈맹으로 진화했다. 예전처럼 쫓기듯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향후 '담판'을 통해 미국의 확실한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도발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절실하다. 시간을 끌면 되는 일이다. 계속 일정표를 앞당기려는 트럼프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4일 "구체적인 조건을 거론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직접 대화'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상대방을 압박하는 트럼프만의 고도의 협상술"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미국이 제시할 당근이 관건이다. 북한은 대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와 적극성, 셈법 등을 확인한 이후에야 반응을 보일 전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월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미전략을 표명하고 하반기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그때까지 전개된 북미 메시지 교환 수준에 따라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발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트럼프 취임 후 아직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22일부터 이틀간 평양에서 진행된 북한 최고인민회의(우리의 정기국회 격)에 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노동신문이 24일 전했다. 최고 존엄이 불참하면서 별다른 대미·대남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열린 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한 것과 대비된다. 통일부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메시지 발표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회의에서 김정은이 지시한 '영토·영해·영공을 규정하는 헌법 조항 신설'의 실제 이행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하자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민족' 개념 지우기, 남북 연결 육로 폭파 등 강경조치를 이어갔다. 다만 애초 개헌이 없던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대화 가능성이 거론될수록 한국은 건너뛰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진다. 특히 정상이 직접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직거래 스타일을 감안하면, 불법계엄 이후 정상외교가 사실상 공백상태인 한국은 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외교부는 "북한이 한미의 제안에 호응해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는 북핵·북한 문제에 대해 미측과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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