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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계엄과 거리 둔 이상민·조태용... 불리한 내용 쏙 빼고 진술했나

입력
2025.01.31 20:00
수정
2025.01.31 20: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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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 행안장관
경찰 조사선 "국민 안전 챙겨 달라 당부한 수준"
"계엄 당일 저녁에 처음 접해" 진술한 국정원장
작년 3월 尹 '계엄' 암시 자리 김용현 등과 동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전 행전안전부 장관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12·3 불법계엄 사태' 관련 경찰 조사에서 밝힌 내용 일부가 계엄에 연루된 다른 관계자들의 국회 증언이나 검찰 수사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과 조 원장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쏙 빼고 진술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 전 장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모르쇠

3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 조사에서 계엄 선포 약 한 시간 뒤인 밤 11시 35분쯤 조지호 경찰청장과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연이어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따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려 조 청장에게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은 조 청장이) 다른 누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며 "아무 응답이 없어 조금 기분이 나빠서 대화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제가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했다. 또 "이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사건사고 들어온 것이 있냐, 때가 때인 만큼 국민들 안전 각별히 챙겨달라'고 했다"고 당시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등 일부 언론사의 단전·단수에 협조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허 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행전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몇몇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전화를 (이 전 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 전 장관 지시를 받은 허 청장이 이영팔 소방청 차장과 내용을 상의했고, 이 차장이 다시 밤 11시 40분쯤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해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청에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달라'는 취지로 주문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 전 장관과 허 청장 가운데 한 명은 거짓말을 한 셈인데 이후 국회에 출석한 이 전 장관은 아예 증언을 거부했다. 지난 22일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이 전 장관은 증인 선서를 거부했고, 관련 질문에도 "증언하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안가 모임 참석 국정원장 "계엄 당일에 알아"

홍장원(왼쪽)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오른쪽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홍장원(왼쪽)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오른쪽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조태용 원장이 비상계엄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조 원장은 지난달 19일 경찰 조사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최초로 인지한 건 계엄 당일 오후 8시 50분쯤 대통령실 집무실에 도착했을 때"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원장 취임(작년 1월)하고 나서 인사하러 온 적은 있다"며 "정보예산 관련 증액 요청을 했는데 비상계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공소장에 따르면, 조 원장은 2024년 3월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 여 전 사령관 등과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시국이 걱정된다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 해야 하지 않느냐"며 계엄을 암시하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조 원장이 지난해 3월부터 계엄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이 경찰 조사에서 계엄 당일 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으로부터 방첩사 지원 및 정치인 체포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한 사실도 확인됐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밤 윤 대통령에게 "다 잡아들여 싹 정리하라"는 전화를 받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이른바 '14명 체포 명단'을 들었고 그날 밤 조 원장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주장한다. 조 원장 역시 경찰에서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일 밤 11시 30분쯤 자신을 찾아와 "제가 대통령님 전화를 받았다" "계엄 관련해 방첩사를 잘 지원하라고 했다" "아마 한동훈 이재명 잡으러 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조 원장은 '정치인 체포에 대해 왜 듣지 못했다고 (언론에) 주장했나'는 질문에, 홍 전 차장이 방첩사 지시 얘기 이후 한참 뒤 정치인 체포 얘기를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시중에 떠도는 말을 하는 듯이 말해 마치 자신이 1차장이라 알고 있는 정보를 과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뜬구름 잡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조소진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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