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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과 거리 둔 이상민·조태용... 불리한 내용 쏙 빼고 진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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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전 행전안전부 장관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12·3 불법계엄 사태' 관련 경찰 조사에서 밝힌 내용 일부가 계엄에 연루된 다른 관계자들의 국회 증언이나 검찰 수사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과 조 원장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쏙 빼고 진술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3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 조사에서 계엄 선포 약 한 시간 뒤인 밤 11시 35분쯤 조지호 경찰청장과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연이어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따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려 조 청장에게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은 조 청장이) 다른 누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며 "아무 응답이 없어 조금 기분이 나빠서 대화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제가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했다. 또 "이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사건사고 들어온 것이 있냐, 때가 때인 만큼 국민들 안전 각별히 챙겨달라'고 했다"고 당시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등 일부 언론사의 단전·단수에 협조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허 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행전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몇몇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전화를 (이 전 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 전 장관 지시를 받은 허 청장이 이영팔 소방청 차장과 내용을 상의했고, 이 차장이 다시 밤 11시 40분쯤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해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청에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달라'는 취지로 주문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 전 장관과 허 청장 가운데 한 명은 거짓말을 한 셈인데 이후 국회에 출석한 이 전 장관은 아예 증언을 거부했다. 지난 22일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이 전 장관은 증인 선서를 거부했고, 관련 질문에도 "증언하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조태용 원장이 비상계엄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조 원장은 지난달 19일 경찰 조사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최초로 인지한 건 계엄 당일 오후 8시 50분쯤 대통령실 집무실에 도착했을 때"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원장 취임(작년 1월)하고 나서 인사하러 온 적은 있다"며 "정보예산 관련 증액 요청을 했는데 비상계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공소장에 따르면, 조 원장은 2024년 3월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 여 전 사령관 등과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시국이 걱정된다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 해야 하지 않느냐"며 계엄을 암시하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조 원장이 지난해 3월부터 계엄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이 경찰 조사에서 계엄 당일 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으로부터 방첩사 지원 및 정치인 체포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한 사실도 확인됐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밤 윤 대통령에게 "다 잡아들여 싹 정리하라"는 전화를 받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이른바 '14명 체포 명단'을 들었고 그날 밤 조 원장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주장한다. 조 원장 역시 경찰에서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일 밤 11시 30분쯤 자신을 찾아와 "제가 대통령님 전화를 받았다" "계엄 관련해 방첩사를 잘 지원하라고 했다" "아마 한동훈 이재명 잡으러 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조 원장은 '정치인 체포에 대해 왜 듣지 못했다고 (언론에) 주장했나'는 질문에, 홍 전 차장이 방첩사 지시 얘기 이후 한참 뒤 정치인 체포 얘기를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시중에 떠도는 말을 하는 듯이 말해 마치 자신이 1차장이라 알고 있는 정보를 과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뜬구름 잡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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