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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4대 천왕'이 전망한 딥시크 이후 인공지능 키워드… "오픈소스·안전성"

입력
2025.02.0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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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석학 르쿤·힌턴·앤드루 응·벤지오 교수
딥시크 파장에 "AI시장 판도 바뀌었다" 전망
오픈소스가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 열지만
경쟁 가열에 안전성 고려한 개발 화두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로고. 로이터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로고. 로이터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공개한 추론 특화 AI 모델 ‘딥시크-R1’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산 저가 AI의 공습’으로 해석되며 한때 미국 AI 기업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AI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석학들은 딥시크 현상을 단순 패권경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픈소스(개방형) 모델이라는 딥시크의 특징이 AI 개발 경쟁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했다. AI 기술의 기틀을 놓는 데 기여한 4대 천왕으로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얀 르쿤 미국 뉴욕대 교수,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가 꼽힌다.

컴퓨터 비전 분야의 석학인 얀 르쿤 메타 수석AI 과학자 겸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딥시크의 높은 성능은 ‘중국이 미국 AI를 능가한다’가 아닌 ‘오픈소스 모델이 폐쇄형 모델을 능가한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픈소스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미리 짜놓은 코드를 온라인에 공유하고 이를 각자의 프로그램 개발에 자유롭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르쿤 교수는 “딥시크는 기존 오픈소스 모델인 메타의 ‘라마’ 등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고, 다른 이들 역시 딥시크의 오픈소스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이게 바로 오픈소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AI 분야에서는 오픈AI의 챗GPT 시리즈, 구글 제미나이 등 기술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모델이 선두주자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딥시크-R1이나 라마 등이 오픈소스 모델 특유의 확장성을 이용해 빠른 추격을 시작했고, 궁극적으로 AI개발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게 르쿤 교수의 분석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폐쇄형 전략을 고수하는 표면적 이유는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위험으로부터 사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한 탓에 원천기술을 무료로 공개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폐쇄형 전략은 AI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 정치권의 책략과도 이어진다. 이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일부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딥시크 여파에 대응해 ‘미중 AI 기술교류 금지 법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AI칩의 중국 수출을 넘어 코드 공유까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AI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얀 르쿤(왼쪽부터) 미국 뉴욕대 교수,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각 대학 사이트 캡처

AI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얀 르쿤(왼쪽부터) 미국 뉴욕대 교수,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각 대학 사이트 캡처

딥러닝 분야 세계적 석학인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이 오픈소스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를 고수한다면 중국이 AI 공급망을 지배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소스 모델이 AI개발의 주요 트렌드가 됐지만 변화를 읽지 못하는 미국 정부를 꼬집은 것이다. 응 교수는 자신이 설립한 AI 교육 플랫폼 ‘딥러닝닷AI’에 공개한 글에서 “오픈소스 모델은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딥시크 같은 저렴한 개방형 파운데이션(기초) AI 모델은 개발 접근성과 비용을 크게 낮춰 AI 의사나 법률보조원 등 다양한 응용 비즈니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는 생성형 AI모델 개발 비용이 줄어들고 더욱 효율화될 것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힌턴 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방송사 LBC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에 대해 "AI의 효율적이고 빠른 발전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는 AI의 학문적 토대를 세운 공로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힌턴 교수는 그러나 "딥시크 V3의 개발 비용이 약 557만 달러(약 80억 원)라는 것은 최종 훈련 단계에 들어간 비용만을 설명한 것으로 다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딥시크가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강력한 AI 모델을 만들려면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는 통념을 뒤집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응 교수는 "딥시크가 최적화를 통해 저비용 혁신에 성공한 만큼, 빅테크 기업들은 ‘과장 광고’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딥시크의 영향과 오픈소스의 발전으로 각국의 AI 개발 경쟁이 가열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AI개발의 책임성을 강조해온 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경쟁 상대의 수준이 비슷할수록 개발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AI 사용자의) 안전은 뒤로 밀리기 쉽다”며 “특히 오픈소스 모델은 비전문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악의적 사용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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