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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날 뻔한 국립한글박물관... 화재 관리 제대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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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완전 진압에 7시간이 걸렸고 박물관 3·4층 상당 부분이 소실될 만큼 큰불이었다. 다행히도 휴관 후 증축 공사 중이어서 인명 피해(구조대원 1명 경상)가 적었고, 수장고에 따로 보관된 문화재에도 손상은 없었다고 한다.
중요 문화유산을 한군데에 모아두는 전시·소장 시설의 특성상, 그 어느 곳보다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했어야 할 박물관에서 이런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매우 걱정스럽다. 사찰이나 기타 목조건물 등 단일 문화재에서 불이 난 적은 종종 있었지만, 국립박물관 건물 전체에서 이렇게 대형 화재가 발생한 사건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번 화재 원인을 정확히 알기 위해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내부 공사 도중 철근을 자르던 작업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 같은 민감한 시설에서 불똥이 튀는 위험한 작업을 할 때는 화재로 번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해야 했으나, 현장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거나 현장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창제의 주체(세종대왕)와 시기(1443년)가 특정되는 거의 유일한 문자인 ‘한글’과 관련한 희귀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세조 때 간행된 불경 언해서 ‘월인석보’, 정조가 보낸 한글 문안편지를 모아둔 ‘한글어찰첩’,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노래집인 ‘청구영언’ 등 빛나는 문화유산들이 다수 보관되어 있다. 유물 자체로도 가치가 높지만, 조선시대 말과 글이 어땠는지를 알 수 있는 학술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다 잃고 나서 후회하기엔 너무나도 소중한 나라 전체의 보물들이다.
이미 우리는 이번 세기 들어서만 낙산사(2005년 산불)와 숭례문(2008년 방화)을 화마에 잃었다. 숭례문 방화 사건 이후 문화재 방재 관련 규정을 대폭 강화했던 전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어이없는 사고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는 일이 없도록 관련 규정 재검토와 철저한 관리감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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