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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때문에 졌다'... 임종석 대선 책임론 꺼내자 李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입력
2025.02.03 16:10
수정
2025.02.03 16: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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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시됐던 대선 패배 책임론 직격
"지금까지도 문재인 정부만 탓" 비판
친명계 "자리 챙겨 달라는 요구" 발끈
갈등 격화 조짐에 이재명도 진화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3월 28일 왕십리역 광장에서 중구성동구 갑과 을에 각각 출마하는 전현희 후보와 박성준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방문, 포옹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3월 28일 왕십리역 광장에서 중구성동구 갑과 을에 각각 출마하는 전현희 후보와 박성준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방문, 포옹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정부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했다. 문재인 정부 실정 때문에 정권을 5년 만에 넘겨줬다는 친이재명계의 비판에 맞서 '문재인이 아니라 이재명 때문에 졌다'고 작심 반박에 나선 것이다.

0.73%포인트 차이의 패배에도 이재명 책임론이 불거질까 백서 발간도 공식화하지 않을 만큼 대선 책임론은 민주당에서 금기시됐던 이슈다. 당내에선 "역린을 건드렸다"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 역시 "우리 안의 내부 다툼이 격화하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느냐. (대선 승리) 그날까지 총구는 밖으로 향하자"며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평산 회동 이후 비이재명계의 쓴소리에 대해 "큰 승리하려면 색깔이 달라도 인정하겠다"는 메시지보다 다소 강경해진 태도다.

임종석 "지난 대선 패배 객관적 성찰 해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대선 책임론을 작정하고 꺼내들었다. 임 전 실장은 "왜 이재명 후보는 충청에서 졌나" "절실하게 통합과 연대에 적극적이었나" 등의 질문을 던지며 대선 이후 이재명 일극체제로 전환되면서 공식적인 대선 평가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떠넘겨졌고 지금까지도 문재인 정부 탓을 하고 있다"며 "이 후보가 부족했고 당의 전략이 부재했음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이기는 길이 보일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패배 직후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임 전 실장은 의례적인 언급으로 평가절하한 것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비명계 잠룡들의 '이재명 때리기' 수위는 갈수록 고조되는 모습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비명횡사 공천에 대한 이 대표의 사과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고, 박용진 전 의원은 "이재명이 이재명을 이기지 못하면, 조기 대선이 벌어져도 민주당은 진다"고 직격하고 나섰다. '이재명 책임론'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지난 대선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질 조기 대선까지 또다시 패배를 면치 못할 것이란 경고다. 친문재인계 인사가 포진한 조국혁신당도 최근 이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를 겨냥 "민주당의 지속적 우클릭에 대한 우려가 있다"(황현선 사무총장)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친명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불법 내란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대오로 싸워도 모자랄 판에 내부 총질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와서 대선 패배 책임론을 거론하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대선에서 본인 자리 하나 챙겨 달라는 요구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우리 안의 다툼, 누가 좋아하겠느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일곱번째나라LAB 창립 기념 심포지엄-탄핵너머 다시 만날 민주주의 심포지엄'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일곱번째나라LAB 창립 기념 심포지엄-탄핵너머 다시 만날 민주주의 심포지엄'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계파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이 대표도 직접 등판해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다양성과 비판은 민주당의 생명과도 같은 원칙"이라면서도 "반헌정세력과의 대결에서 승리해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저 또한 여러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며 함께 이기는 길을 찾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통합 행보가 더 담대해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동네 선거를 치러도 경쟁자, 반대자들과 함께 캠프를 꾸리는 것이 공식"이라며 "조기 대선의 주인공은 이재명이고, 이 대표 본인이 직접 (비명계 주자들을) 품고 함께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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