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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다가오자 불붙는 정책 경쟁... 여야정 '민생 담판' 나선다

입력
2025.0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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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최상목, 우원식, 권영세, 이재명 4자 회담
반도체법 주 52시간 적용 제외 등 간극 여전
조기 대선 가능성에 중도층 구애 일환 풀이

김상훈(왼쪽)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2일 국회에서 국정협의체 실무 협의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김상훈(왼쪽)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2일 국회에서 국정협의체 실무 협의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반도체특별법과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국민연금 개혁 등 시급한 현안을 놓고 여야 대표와 정부 수장이 다음 주 머리를 맞대고 '민생 담판'을 벌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대외 여건이 급격히 요동치는 와중에 조기 대선도 가시화하자 정치권도 정쟁을 접고 정책 모드로 급속히 전환하는 모습이다.

다음 주 초 최상목, 우원식, 권영세, 이재명 4자 회담

정부와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국정협의회 실무협의를 열고 오는 10일이나 11일 중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열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어렵사리 첫발을 뗀 뒤 1월 초 '4자회동'으로 회의체 멤버를 확정한 지 근 한달 만의 만남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실무협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정 전반에 관한 현안을 격의 없이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의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은 실무협의에서 반도체특별법과 에너지3법(전력망확충특별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의 2월 중 국회 처리와, 국회 연금개혁·개헌 특위 구성 등을 의제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지원 내용을 담은 내수 회복용 추경 예산 편성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정 수장이 직접 나서는 만큼 '통 큰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적용 제외 방안 등은 간극 여전

그러나 사안별로는 여야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 에너지3법은 그나마 타결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반도체특별법이다.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제외 여부에는 야당 내부적으로 이견이 적지 않아 난관이 예상된다.

한국일보 그래픽팀

한국일보 그래픽팀

당장 이재명 대표는 전날 경영계와 노동계가 참석한 반도체법 토론회에서 "몰아서 일하기 왜 안되나"며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들의 주52시간제 초과 근무를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당내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당장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주 52시간 적용 제외라는) 뜨거운 쟁점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되, 모두 공감하는 사안 중심으로 반도체특별법을 2월 중 처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은 일단 미뤄두고 나머지 부분만 먼저 처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취재진과 만나 "분리해서 처리하면 앞으로 정국 상황을 고려했을 때 주 52시간 근로제를 다시 건드리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며 “분리하지 않고 이번에 같이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여야정이 추경 편성에 합의할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당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해 정부 예산안을 일방 삭감한 책임을 물어 추경 조기 편성에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 대표가 여당이 반발해온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의 추경 포함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히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상목 권한대행도 앞서 추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과와 삭감된 정부 예산 원천 복구를 추경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민주당이 지난해 심의 과정에서 시추 예산 497억 원을 전액 삭감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복원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추경에 AI 개발 지원을 위한 예산을 담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디베이트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디베이트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국민연금 개혁도 담판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다만 간극은 여전하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복지위)에서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만 먼저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나서자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가 동수로 참여하는 국회 특위를 꾸려 모수개혁 이외에도 노후 소득보장 제도 전반을 손보는 구조개혁을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정부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정치적 후폭풍이 상당한 국민연금 문제를 섣부르게 건드리는 게 맞느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 중도층 구애 일환

탄핵 정국에서 사사건건 각을 세우고 있는 여야가 정책 현안에 적극 뛰어든 것은 조기 대선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다. 민주당은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친기업·친시장 정책 드라이브를 통한 안정적 수권 능력을 보여주려고 한다. 공식적으로 조기 대선을 입에 올리지 않는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도 민주당의 '우클릭' 앞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하루에 걸쳐 △반도체특별법 △민생대책 점검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해소 방안 등을 논의하는 당정협의회를 잇달아 연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국민의힘은 최근 시도당위원회와 각 상임위를 통해 정책 과제를 발굴해 필요시 대선 공약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성택 기자
김소희 기자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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