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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원팀' 주문하자 ..."당과 대통령이 한 몸 돼서 낭떠러지로" 우려 나와

입력
2025.02.03 20:00
수정
2025.02.04 10: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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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투톱 권영세·권성동, 윤 대통령 접견
尹, 지도부에 '원팀' 주문..."계속 지켜달라는 것" 해석
중도층 공략하는 통상 선거 전략과 거리

국민의힘 권영세(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이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를 찾아 면회했다. 뉴시스

국민의힘 권영세(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이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를 찾아 면회했다. 뉴시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3일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지도부에 12·3 불법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원팀' 유지를 주문했다. 하지만 당과 윤 대통령이 원팀을 강조하며 내란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칫 중도 민심에 거부감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조기 대선 시 당에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尹 "탄핵, 특검 때문에 계엄"...'계몽령' 강변 되풀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을 30분가량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부터 시작해서 (김건희 여사, 채 상병) 특검 등 여러가지로 도저히 (대통령의) 일을 할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계엄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권 비대위원장은 전했다. 나 의원도 "(윤 대통령이) '의회가 민주당 일당 독재로 진행이 되면서 어떠한 국정도 수행할 수 없는 부분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무겁게 책임감을 갖고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비상계엄) 조치를 했다'는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을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나치에 빗대기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을 통해 그동안 민주당이 마음대로 국정을 사실상 마비시킨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도 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의혹 수사나, 김 여사 특검법 같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 계엄을 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지난달 15일 관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통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 제하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지난달 15일 관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통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 제하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도부에 '원팀' 주문..."계속 지켜달라는 것" 해석

윤 대통령은 이어 지도부에 '원팀'을 당부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당이 분열돼 있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일사불란하게 잘 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당이 하나가 되어서 2030 청년들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줄 수 있는 당의 역할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영남권 초선 의원은 본보에 "당이 원팀으로 뭉쳐 나를 계속 지켜달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자신의 구명을 위해 당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내 재판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당은 민생을 챙겨 달라'며 접견을 사양하는 것이 당에는 가장 좋다"면서도 "그 정도로 당을 배려하는 분이었다면 애초에 비상계엄도 선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당과 대통령이 한 몸 돼서 낭떠러지로..."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의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자 이미 싸늘하게 식은 중도층 민심이 더 멀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정례조사에서 중도층의 윤 대통령 탄핵 찬성 비율(71%)과 정권 교체 지지 비율(60%)은 과반이 훌쩍 넘었다.

특히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원 공략에 집중하는 정당의 통상 선거 전략과도 배치된다. 실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연일 친기업 메시지를 내며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거 보수 정당 대선후보들도 선거를 앞두곤 동반성장(이명박 전 대통령)과 경제민주화(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앞세우며 좌클릭 의제를 띄웠다.

이에 당내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당 조직부총장인 김재섭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과거에 발목 잡히는 비대위보다는 혁신 경쟁에 뛰어드는 비대위가 돼야 하는데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과거에 매몰되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당이 이렇게 대통령하고 한 몸이 돼서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망하는 길로 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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