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출처=고인 SNS](https://newsimg-hams.hankookilbo.com/2025/02/03/957f00a5-b47b-49f0-8ba8-2fb146cff1cd.jpg)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출처=고인 SNS
MBC 소속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망으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약자의 열악한 현실이 거듭 드러났다. 2021년 기상캐스터 공채로 입사한 고인은 폭언과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기록한 장문의 유서를 휴대폰에 남기고 지난해 9월 목숨을 끊었다. 유서를 발견한 유족이 최근 피해 사실과 증거를 공개하고 동료 기상캐스터에게 민사소송을 걸면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는 게 너무너무 피곤합니다”라는 유서 내용은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는가를 보여준다.
2019년 도입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고인을 비롯한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여론조사 결과 “괴롭힘을 직접 경험했거나 본 적 있다”는 응답자는 32%에 달했다. 직장 동료를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조직문화가 여전하거니와 사용자가 괴롭힘을 방지·해결할 책임을 외면하고 개인 갈등으로 치부하는 기업문화도 개선되지 않았다.
기상캐스터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신분이라 직장 폭력에 더욱 취약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도 법정 노동자에 한정돼 있다. 방송사들은 날씨 보도를 하는 기상캐스터를 저임금 전속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해 노동 착취를 하고 관리 의무를 회피해왔다. 기상캐스터끼리의 과도한 경쟁 문화, 성 상품화 논란 등이 취약한 고용 형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전직 MBC 기상캐스터들이 “나 때도 그랬다” “모진 세월 참고 버텨 봐서 안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달아 올린 것 역시 구조적 문제임을 가리킨다.
MBC의 초기 대응은 어이없었다.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낸 것은 조직 전체의 노동관을 의심케 했다. MBC에서 경력직 차별, 따돌림 등 괴롭힘 사례가 유난히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으니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결자해지하기 바란다. 내사에 착수한 경찰과 고용노동부도 수사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한국일보는 자살예방 보도준칙을 준수합니다.](https://newsimg-hams.hankookilbo.com/2025/02/03/60928410-b348-4ba2-8edb-5d30744fffc3.jpg)
한국일보는 자살예방 보도준칙을 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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